나를 있게 하는 것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제대로 살아가고 있나? 하는 의문을 누구나 한번쯤 가진 적이 있을 것이다. 반복되는 것 같은 하루하루가 문득 낯설게 다가서는 날이면 더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럴 때면 살아온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아쉬워하기도 하고 다가오는 미래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미래는 아직 알 수 없는 시간이기에 사람들은 과거의 삶에 미련을 가지기 마련이며 잊고 있었던 기억한 자락이 불연 듯 떠올라 현실과 연결되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다. 그 사고의 중심에는 결국 나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이 있다. 

이렇게 자신의 존재에 대한 깊은 사고를 하게 만드는 계기로는 특정 지을 수 없는 무수한 계기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읽던 책속의 주인공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는 순간도 있다. [보이지 않는 인간]은 바로 그렇게 자신의 존재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어 주인공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요소를 담고 있다.

이 소설의 배경은 미국에서 노예제도가 없어지고 난 후 한 흑인 소년의 삶의 여정을 따라가고 있다. 노예에서 해방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노예제도의 잔재가 남아 사회적 분위기를 압도하는 상황이 여전하다. 자신은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는 ‘나’라는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할아버지에서 아버지 그리고 자신으로 이어지는 세대 간의 인식의 차가 있음을 암시하는 할아버지의 유언은 ‘나’의 가슴속에 의문으로 남아 있다. 

우연하게 고등학교 졸업당시 한 자신의 연설이 백인이며 지역 유력인사인 교육감에게 어필되어 대학을 갈 수 있는 추천장을 받고 대학에 진학한다. 자신은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길에 순조롭게 접어들었다고 생각하는 ‘나’는 대학의 백인 이사 한명을 안내하는 일을 맞아 자신의 운명을 결정지을 예기치 못한 일을 겪게 된다. 흑인사회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지만 이중적인 성향을 가진 흑인 대학학장의 징계로 퇴학위기에 처한 ‘나’는 학장과 타협하게 된다. 학장의 추천서를 의지해 다시 남부로 돌아와 대학공부를 마칠 것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북부로 향한다. 

[보이지 않는 인간] 1권은 이렇게 ‘나’라는 주인공이 태아나 성장하고 대학시절에 거쳐 자신이 나고 자란 남부를 떠나 낯선 북부로 가는 과정까지를 그리고 있다. 대학 이사의 운전사, 백인 이사, 딸을 임신시킨 아버지, 흑인 학장 등 다소 상이한 인물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1권은 어쩌면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나’에게 다가올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과 불안감이 공존하는 시기를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