恥

부끄러울 치

恥 - 자신을 향한 감정

어느 날 문득,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다 보면 마음을 사로잡는 무엇인가가 있다.
그때그때 마음 상태에 따라 다르고 딱히 ’이것이다’라고 말하지 못하지만 
마음속으로 생각하여 얼굴 붉어지는 그런 것이다.

나를 둘러싼 환경에 의해 많은 부분 영향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의 삶이고
또한 그런 환경에 마음 쓰는 동안 정작 자신은 돌아보지 못하고 대부분 살아간다.
그렇게 일상에 묻혀 살더라도 어떤 계기를 통해 자신의 내부와 만나는 시간이 있다.
그러한 기회가 되면 외부로만 향하던 마음이 오로지 자신에게 돌아오게 된다.

가만히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동안
자신을 향한 감정을 나타내는 말이 바로 치심(恥心)이다.
몸과 마음이 밖으로 향하는 동안 알게 모르게 한 나의 마음 씀과 행동을
스스로가 어떠했는지를 자신에게 묻는 마음일 것이다.
옳음, 그름, 좋음, 싫음, 슬픔, 성냄, 두려움...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감정은
나 스스로에게 묻기 보다는 그런 감정을 만들어 내는 대상물과의 관계가 있기에
발생하며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물에 대한 감정의 원인을 밖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향해 되 물어보며 혹 부끄럽지 않았는지 성찰하는 마음이 
바로 치심(恥心)이라는 말이다.

늘 경계에서 흔들리며 살아가는 동안 끝임없이 나를 흔드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본다.
돈, 사랑, 명예, 사람과의 관계, 일 등이 대부분이다.
내가 나로 살아가는 동안 이러한 외부 환경을 무시할 수 없지만
그 모든 것으로부터 온전히 나를 지키고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방법이 결코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쉽지 않고 더욱 어렵고 또 어려운 일이기에
우리 선조들의 공부는 바로 이렇게 자신을 돌아보며 성찰하는 것이었으리라.

눈 밝은 이들이 평생을 두고 찾았던 것이지만 쉬운 일이 아니기에
언제나 자신을 돌아보며 부끄럽지 않은가를 살피라고 했나보다.

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마중하는 계절이다.
얼었던 물이 풀리고 나무에 물이 올라 조금씩 생기가 돌 듯
사람들의 봄맞이가 시작되고 있다.
나 역시 자꾸 밖으로 눈이 돌아가는 것은 어쩌지 못하나 보다.
이제 밖으로만 향하는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다독이며 차분히 봄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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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세계에 관한 동양철학의 30가지 개념을 해설한 
두리미디어 발행 | 황광옥 저 <동양철학 콘서트>의 내용을 다시 확인하며
공부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