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내용이 어렵다,쉽다는 개인적인 호불호에 따라 갈린다. 또한 개인의 꾸준한 습관이 쌓아올린 활동에 따라서도 달라지게 된다. 인문학이 어렵다고들 말한다. 상당히 방대하며, 신세대들에게는 다소 고리타분한 내용일 가능성에 그럴 수 있다. 그런데,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의외로 있다. 내가 아니어서, 남들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 ) 코 다친다. 최근에 불고 있는 인문학 돌풍도 그렇고, 인문학에 돛을 다는 분위기가 조장되는 시류이다. 내게는 쉽지 않은 인문학,어째서 그들은 좋아할까? 그들에겐 자기 취향이 아니었더라도, 가정에서 부모의 영향도 분명 있었을 터이다. 성인이 되어버린 나는, 이제서야 하나씩 인문학의 인자를 들여다 보게 된다.다소 느린 감이 없지 않지만...

 

책을 읽다보면, 인문학은 인간에 중심을 두고 있는 학문같다. 우리의 인생,우리의 행복, 우리의 가치를 누구보다 곰곰히 탐구했던 선인들의 지혜를 옮겨놓은 것이 아닌가 한다. 시대가 변모하고 강산이 몇 십번을 탈바꿈해 왔다. 돌아보니,그 가운데서 우리가 잃은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었다. 온갖 첨단 기기들 속에 하나의 기구마냥 전락해 버린 듯함을 지울 수 없다. 생의 주체이어야 할 우리가, 21세기의 객체로 나락해 버린 양상이다.

 

시대를 관통한 동양 고전에는 『논어, 맹자,장자,중용,목민심서,열하일기, 사기...』등등 즐비하다. 하나같이 짐짓 초,중,고는 물론이거니와, 어른들조차도 시간을 내어 읽기에 벅차 보인다. 책에는 얼마나 많은 분야가 있는가. 학업과 일에 지친 오늘날 우리는 그저 쉽고 재미있는 것에 빠져 있는 경향이 있다.책도 다르지 않다. 그래서인가. 도서, <인문학 명강>은 시대의 명사 열 네분을 초청해 필독서로 선정된 동양 고전을 강의식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런 강의의 장점이란 그렇다. 활자와는 담쌓은 삶을 보내는 사람들 그리고 읽고 싶어도 쉽사리 잡히지 않는 주제들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명쾌한 요점을 잡아준다. 한 번 맘에 드는 명강을 듣고 나면, 관심 없었던 관련 작품까지 섭렵하게 만드는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

 

잃어버린 자신을 통해,시대를 새로운 시선으로 훑어보고 싶다는 생각 많이 해 보았다. 나와는 생소한 분야를 접하는 가운데 발견해 가는 희열들이 동양 고전에는 숨겨져 있었다. 내가 하나의 이방인이 아니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도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좀 더 느끼게 해 준 책이다. 특히 신기했던 것은 피어라 상상력,만나라 『산해경』 편이었음을 고백한다.동양의 신화가 서양의 그것과는 대립적이고 색달리 묘사되어 상상력이 어떻게 작용할 수 있는지, 처음보는 마술마냥 처음 읽는 동화마냥 책에 눈을 붙이고 만다. 즐거운 동양 고전은 우리의 내면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