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실마리는, 가족 관계야. " 해리 홀레 반장이 재차 되뇌이던 말이 차갑게 뇌리를 파고 든다. 사건의 중심은 언제나, 범인의 동기에 있다. '8'자를 크게 그린다. 첫 번째 그린 8은 철재 자 위에 동그라미 두 개를 포갠 듯 상하의 일치가 딱 맞아 떨어진다. 너무 자연스러운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워 수정 궤도에 들어간다.(제 1 오범) 두 번째 8은 아래원이 안정적으로 크게 그려진다. (제 2 오범) 제1 피의자가 아내의 남편으로 지목되는 전형적인 유형에서 탈피하지 못하다. 이번에는'8'자를 그리는 대신, 눈오는 날을 기다린다. 첫눈이 오는 날, 불행히도 눈사람 하나를 만들법한 적설량은 혈액형 'B 네거티브'처럼 이곳은 이제 드물다. (제 3 오범) 사건은 미궁속으로...입출입을 반복하면서 진범의 자취는 예기치 못한 곳에서 차갑게 뽀드득 윤곽을 드러낸다...

 

 

 

'해리 홀레(Harry Hole)'가 누구지? 이렇게 묻는 사람 많을 것이다. 셜록 홈즈가 누구냐고 묻는 사람은 ,아마도, 없겠다. 노르웨이의 셜록 홈즈,그것이 해리의 정체쯤이다. 연쇄 살인범을 수배한 유일한 형사, 친구가 없고 고독한 워커 홀릭. 문득 어젯 밤이 상기된다. 범죄는 사람의 두려움, 불안함에서 기인한다는 글을 보고 누웠다.<활자 잔혹극>이라고 루스렌들의 스릴러였다. 문맹이 심적 장애로 발아해 범죄 현장을 빨간 피색으로 물들이는 충격 98% 잔혹극이다.<스노우맨>도 예외가 아니었다. 십대만해도 상상력과 무한한 행복을 선사할 '눈사람'을 어느새 소리없는 전율이 흐르는 공포의 아이콘으로 작가는 재탄생시켰다. 스노우맨에 시선을 고정시키노라면 끝까지 완독해야하는 정체모를 억압에 눌리게 됨에 또 소스라친다.

 

 

<스노우맨(The Snowman)>은 신체적 아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유전적인 결함이 있는 사람(정신이상자)의 치밀한 계획 복수극이다. 가장 사랑했던 여인을 향한, 그 여인의 간통을 향한, 그리고 자신의 유전적 결함(레이노현상과 경피증)이 야기한 단축된 수명을 안, 한 인간의 복합적인 정신적 트라우마를 목격하게 된다! 어린 시절 그가 두 눈으로 본 그 날의 불륜 장면과 눈사람이 오버랩되면서 차차 그래야 만하는 강박적 연쇄 살인으로 게임의 양상은 치닿는다. 관전 포인트 하나,작가 요 네스뵈는 독특한 장면 전환을 초기에 구사한다. 장면 1과 장면 2가 분명 구분되어 있는데, 하나의 공통 사물과 자연스레 연결되면서 훌쩍 공간 이동한다. 구성 레이아웃이 재미있지만,전반부에 인물의 혼란을 주기에 충분하다. 관전 포인트 둘,해리와 살인범의 추격전은 문득 문득 흘리는 단서 조각,조각들이 중요하다. 이것들을 재구성하는 묘미를 장편 곳곳에 뿌려주면서 진짜 눈사람은 클라이막스에 등장한다.

 

 

"해리의 옛 상사였던 묄레르 경정은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불가능한 모든 것을 지워가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그렇기 때문에 해결책으로 이어지지 않는 단서를 지워 나갈 때마다 절망하지 말고, 오히려 기뻐해야 한다고 했다. 게다가 이건 그냥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을 뿐이다."(p234-235)

 

 

범죄는 십중팔구 살인범으로 지목해야 하는 강력한 동기가 존재한다. 오슬로 경찰청 강력반 반장, 해리가 동료를 반신반의하며 범인으로 오인한 이유도 그러했을 것이다. 독자의 눈에도 부족한 동기의 부재는 진짜 눈사람의 정체에 더욱 귀추를 주목시키는 요인이다. 단순히 수면수반증(몽유병) 환자의 소행으로 보기엔 미심쩍은 부분이었고, 해리를 괴롭히는 원인이었다. <스노우맨>은 해리 홀레 시리즈 전 9편 중 7편이다. 대단원까지 진범이 드러나지 않아, 독자를 유혹하는 숨졸이는 전개가 펼쳐지고 있다. 범인은 아직 활보중이다. 손끝까지 전달되는 전기 올가미의 스릴을 기대해도 좋다.범인을 밝혀라!

 

 

'8'자를 크게 그린다.첫 눈이 폭설로 연결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눈사람을 만들어야 한다. 사건의 실마리는 가족 관계에 있다. 범행의 동기는 간통과 연관된다. 그로 인해, 죽을 것 처럼 아픈 결과가 탄생되지 않았다면 삶에 대한 오마주(hommage)로 자신과 타인의 삶을 끝장내야만 했던 아픈 인간의 고뇌가 탄생하지 않았을까. 노르웨이에서는 20% 정도가 친자가 아니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