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고호의 모험, 히드라, 아킬레스건,판도라의 상자,루비콘강,헤라클레스의 고역,칼리돈의 멧돼지사냥 등등 그리스로마 신화하면, 떠오르는 상징어들은 수십가지나 된다.이들은 다양한 작품에서 차용 또는 응용되며 '아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흐뭇함을 선사하는 즐거움을 준다. 앞에서 언급된 헤라클레스,아르고호,히드라,칼리돈 등이 책에서 소개될 영웅들의 일화에 등장한다.각각은 무엇이 사람이고 사물이며 동물 또는 도시인지 바로바로 감지해야만 독서에 수월한 상식들이다. 이런 상식들과 더불어,신들이 겪은 열가지 전쟁을 통한 모험이야기로 역자는 현세의 우리가 깨우칠 수 있는 교훈을 선물하고자 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신들의 왕이며,리더십으로 자자한 제우스의 모험이 책을 첫 장식한다. 그의 질투심 많은 아내,헤라와 바람끼로 똘똘 뭉친 제우스가 서로 감시,가장의 방안으로 자식을 낳아 그 후손들과 얽히고 설힌 신과 인간의 일화들이다. 소시적 처음 읽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신기자체였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신, 제우스 헤라 부부의 다소 피곤했을 법한 놀이에 농락당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변치 않는 것은 여전히, 번쩍 떠오르지 않는 상징어들에 대한 호기심일지다. 그런 호기심을 다시금 충족시킨데 대한 고마움이 들었다. 또한 신화가 구전되면서,혹시 와전[訛傳]된 설에 대한 진부 여부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차를 놓치지 않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 중에 흥미로운 것은,악녀 메데이아(혹은 메데아,Medea)에 대한 두가지 설이었다.그녀는 <아르고호 모험>의 주인공이자, 실패한 영웅으로도 불리는 이아손의 아내였다.목숨의 은인이자,조력자인 메데이아를 이아손이 배반하는 행동에 대한 보복으로 자녀를 죽였다는 설,또 누명을 썼다는 설이 찬반으로 소개되었다.메데이아는 '좋은 충고를 아는 자'라는 뜻이며,어원적으로 '지혜'라는 메티스'와 연관이 있다고 한다.'의학(medicine)'이 여기(Medea)에서 유래한다고도 밝혀낸다.(p113) 그녀가 악녀로 몰린것은, 당시의 시대상과 관련이 적지 않다. 바로 모권제 사회가 가부장제 사회로 전환되는 시기였기에, 적기에 그 희생양이 된 것으로 해석되어졌다. 최근에 악녀를 모델로 한, 책 두 권을 눈여겨 봤다. <서른 살,최고의 날>과 <악녀의 유물>이다.새롭게 해석될 메데이아'를 읽게 될 때,상당한 도움이 되는 고전 <그리스 로마 신화>는 그런면에서 밑바탕이 되는 지식이 된다.아는 자들 만의 소유랄까.

안다'고 하는 것에 대해 잠시 언급하고 싶다.지식의 흐름은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어, 앎'에 대해 겸손한 자세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그리스 최초의 여전사 아탈란테를 떠올리는 <칼리돈의 멧돼지 사냥>에서는 오만에 대한 경계를 교훈으로 언급하고 간다.지나친 자신감의 팽배는 오만으로 이어진다. 인간이 영웅화된 괄약의 성장 이면에 신의 도움이 있었다거나, 그 누구의 손길이 있었다.하지만, 인간은 성공 이후에 그것을 까맣게 잊는 실수뿐만 아니라, 망언을 하여 신을 노하게 하고 그로인해 몰락의 길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여자 영웅을 아내로 얻은 아탈란테의 남편,멜라니온은 그래서 신의 응징을 받았다. 자신의 순수 능력,노력이 아니라, 환경과 주위의 지지로 일약스타가 된 자들이 가슴에 새길 쉽고도 이행이 어려운 '오만'에 대해 결코 망각하지 말기를 바래본다. 

현세의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고양시키는 상식,영웅들이 겪은 성공 이전의 시련이라는 사실, 실수를 통해서 기억해야 할 교훈,이 세 박자가 적절한 삽화의 향연과 더불어 즐거웠던 열가지 모험담이었다. 21세기형 리더가 되고자 하는 독자가 신화의 재미를 느끼며 고전의 풍부한 삽화가 어울러진 책을 음미하고자 한다면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