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만큼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을것 같아, 기대되는 책 <이것이 세상이다>를 만났다. 어릴적에 난 호기심이 참 많은 아이였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여러가지 물건들을 보면서 그 물건들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궁금했고, 왜 그런 이름으로 불리는지도 참 궁금했다. 아버지나 엄마에게 물어보면 '원래부터 그런거라'는 말만 하셨다. 원래부터 그런거니 우리는 지금 있는 것으로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는 식의 말에 궁금증만 더해갔지만, 그 궁금증을 풀수 없어 그러려니 넘어가곤 했다. 어른이 된 지금 누군가 어릴적 내가 했던 질문들을 한다면, 나 역시 그때의 부모님과 같은 대답을 할것이다. 시간이 지나자, 나 역시 '원래부터 그런것'으로 인식하게 된건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세상이다>에는 나의 그런 궁금증을 풀어줄 많은 지식들이 담겨 있다. 총 8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책은 대지와 인간, 관습과 제도, 종이와 기록, 도구과 발명, 탈것과 이동, 음식과 기호, 의복과 꾸밈, 건강과 의학이라는 테마로 나누어 다양한 지식들을 전해준다. 많은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보니 깊이면에서 깊게 파고들지는 못하지만, 간략하게 요점만을 간추려 잘 설명해주고 있다. 주로 최초인 것들, 즉 기원에 대한 내용들이 많았다. 가령 세계최초의 박물관은 기원전 280년경 이집트의 라기데스 왕조를 창건한 프폴레마이오스 1세가 건립한 것이며-그렇지만 이 건물은 성전으로 쓰임과 동시에 모든 지적 연구활동의 온상지 역할을 했고 박물관 역할의 예술작품 컬렉션은 이후 부차적으로 이루어졌다. (p76) 페미니즘을 주제로 글을 쓴 최초의 여성은 프랑스 혁명기의 작가 올랭프 드 구즈다.(p153) 1873년 무기제조와 농기구 재봉틀 생산으로 유명한 미국의 레밍턴사에 의해 최초로 타자기다운 타자기가 발명 되었다(p165) 등이 그러했다. 그외에도 참으로 다양한 것들의 기원과 역사적인 지식들을 알 수 있었다.

 책에 실린 많은 지식들에 대한 내용을 읽으며 몰랐던 사실을 접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예전 방송에서 양파를 먹으면 뱃살이 빠진다는 정보를 접한바 있다. 그래서 음식을 해먹을땐 양파를 자주 넣곤 하는데 이 책에서 양파에 대한 다른 흥미로운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양파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채소 중 하나로 인류 최초의 먹거리로 대접받았다고 한다. 양파재배는 4,000년전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양파에 관한 기록은 고대 이집트의 분묘군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한다.양파는 신체의 소화분비를 촉진하고 흥분과 발한에 효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또 비늘줄기에 들어 있는 각종 비타민과 칼슘 인산등 무기질 성분은 혈액의 유해성분을 제거 정화하는 작용이 있다고 한다. 흥미로운 내용으로 이집트인들은 (기원전 6000년경의) 맥주거품속에 양파반쪽을 넣어 숙성시키면 죽음을 예방하는 약이 된다고 믿었다고 한다. 앞으로 양파를 더 자주 먹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외에 커피, 카카오, 요구르트, 맥주, 마늘, 고구마, 후추, 샌드위치 등의 역사에 대한 부분들도 유심히 들여다 보게 되는데, 평소에 아무생각없이 먹던 음식들에 대한 역사를 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흥미롭지 않았나 싶다.

 중간중간 삽화가 많이 들어가 있어 지루하지 않았고, 테마를 보며 평소에 관심을 두고 있었거나 궁금했던 점들 위주로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았던 것 같다. 사전처럼 조금 딱딱한 문체로 이루어져 있어 술술 읽히지는 않지만, (년도와 사람이름들은 한번 읽고 돌아서면 잊어버리게 되는 ^^;), 물건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쉽게 기억에 남는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아하,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였던 책이다. 소설책이나 에세이책과는 달리 읽고나서 누군가 책에 있는 내용을 물어본다면 정확하게 딱 집어 이야기 할 수 없다는게 흠이긴 한데, 사전처럼 옆에 두고 뒤적거려 찾아보면서 읽다보면 어느새 상식처럼 내 자식이 되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럴러면 꽤 많은 시간을 옆에 끼고 자주 뒤적거려 봐야 할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청소년과 가정을 위한 지식사전'이라는 부제에 맞게 실생활은 물론이고, 다양한 지식을 전해줌으로써 앎의 즐거움을 전해주는 책이다.

나처럼 호기심이 많거나, 사물을 보면서 저건 언제 생겨난 걸까? 혹은 그에 얽힌 역사가 궁금했던 사람들에게는 괜찮은 책인듯 싶다.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물건들이 있고,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어지는..그리고 더 궁금해지는 이야기들 속으로 빠져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것이 세상이다>와 함께 해보는 것도 좋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