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마음으로 부르는 이름.
그 아버지를 향한 아들의 사부곡이 오늘 당신의 가슴을 울립니다.
공항을 나오기도 전에 용준의 부음을 전해 듣고 한동안은 그저 허망하기만 했다.
거의 꼬박 1년을 많이 망설이고 마음 펀치 않았지만 그래도 차마 덮어버릴 수는 없었다.
내가 눈 감는 그 순간까지 기억하고, 내 아이들의 눈을 통해 영원히 전해야 할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중에서-

거부할 수도 없었고, 부인할 것도 없었다. 병은 확실했고 자각할 수도 있었다. 어쩌면 삶이 나른하게 느껴지던 그때에 내 삶은 종장의 길로 들어사고 있었는지 모른다. 운명처럼.

대한민국에서 아들로, 아버지로, 가장으로 산다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길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유교적 문화에 길들여져서 절대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지도, 말할 수도 없고, 아니 말하지 않고 씩씩하고 건강하고 좋은 모습만 보여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대한민국뿐 아니라 온 세계 아비들이 다 그렇게 생각하고 아비의 길을 속으로는 힘겹게 처절하게 가슴을 쥐어박으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더우기 요즘처럼 철저하게 어미들에 의해 이용당하고(?), 자식들에게까지 아비들의 속내를 왜곡시켜 자녀들마저 자기만 이해하도록 만들어, 결국에는 아비만 왕따당하는 문화에서 이 책은 다시금 아비들의 운명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동안 우리는 어미만 고생하는 줄 알고, 그렇게 주입시켜왔다. 모든 영화, 소설, 문화들이 말이다. 그런데 요즘 4-50대의 외롭고 힘겨운 아비들이 점점 늘어나는 세태 속에 이번 2월 리뷰 이벤트에서 아비들의 맘을 읽게하고,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 바로 이 책이랑, 차마 못다한 이야기들이다. 
나의 아버지도 그렇게 내가 아버지를 채 다 이해하기도 전에 갑자기 돌아가셨다. 물론 이 책의 아비는 17년이란 세월을 굳굳하고, 모딘 생몀의 끈을 놓지 못하며(?) 아들의 곁을 지켜냈지만 말이다. 지금도 생각난다. 갑자기 어이없게 돌아가신 아버지의 운명 앞에 거센 인생 앞에 무너져 내렸던 30여전의 내 모습이 말이다. 

어쩌면 주인공은 행복한 사람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힘겨운 인생을 살아갈 때 결코 미워할수도 버릴 수도 없는 아비에 대한 모진 사랑의 운명을 이겨내도록 그의 아비가 의지가 아니 삶의 이유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주인공에게 그의 아비는 가시나무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싶다. 가시나무새의 노래가 그토록이나 아름다운 것은 가시나무에 앉아 가시가 자신을 찌를 때 마다 아프다고 비명소리를 내는 것이지만 듣는 이들에겐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도 아름다운 천상의 소리로 들린다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