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만을 위해 사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 얼마나 사랑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니? 
그 자식들이 태어나고 몇 년간은 아예 기억을 못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 후의 시간은 우리가 자식들에게 잘해주지 못한 것 때문에 괴로워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리고 언젠가는 자식들이 자유를 찾아 분명 내 품을 떠날 것이란 걸 알면서도? 
내가 항상 네 옆에 있어주지 않았다고 날 나무랐지? 
그럼 자식들이 떠나는 날 부모의 마음이 어떤지는 알고 있니? 
이렇게 헤어지는 것이 어떤 기분이라는 걸 알고 있니? 
내가 설명해주마. 부모들은 자식이 떠나는 모습을 문턱에서 멍청하게 바라볼 뿐이야. 
다 큰 자식을 떠나보내는 것은 자랑스럽고 기쁜 일이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면서 말이다. 내 피요 살인 자식을 떠나게 만드는 그 무심함, 자식들로 하여금 부모를 떠나게 하는 그 무심함까지도 사랑해야 한다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그렇게 자식은 떠나고 문이 닫히면, 다시 모든 걸 배워야 한단다. 
이제는 비어버린 공간을 다시 채워야 하고, 더 이상 아이들의 발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도 없어지지. 
자식들이 밤늦게 들어와 계단을 올라가며 내는 소리, 그토록 안심이 되어주는 그 소리를 듣고서야 마음 편히 잠이 들곤 했었지. 
이젠 그 소리도 잊어야 하는 거야. 이젠 오지도 않는 잠을 청해야 하는 때가 온 것이지. 
떠난 자식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니 말이야. 알겠니, 줄리아? 
하지만 그 어떤 아버지도, 또 그 어떤 어머니도 덕을 보자고 자식을 키우는 것이 아니야. 
이게 바로 사랑이라는 거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우린 자식을 사랑하니까 말이다. 

이번 2월 리뷰이벤트에는 가슴아픈 사랑, 마음을 에이는 사랑의 이야기들이 내 맘을 끌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이다. 제목부터 차마 못 다한 이야기들이란, 안타까움이 제목에서부터 절절히 가슴을 에인다. 항상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고, 오히려 자신의 인생을 불행하게 만든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결혼을 앞둔 딸에게 도착한 아버지의 죽음의 소식과 함께 아비의 맘의 소리를 들려주는 로버트!  참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항상 자신의 감정을 모두 쏟아놓고 털어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어미들에 비해, 아비들이란 존재, 특히 유교문화에 뼈속까지 찌들은 우리네 문화속에서의 아비들이란, 절대로 속내를 자식들에게 털어내서도, 사랑의 표현을 해서도 않되고, 특히 남자들이 눈물짓는 일이란 처절한 실패의 인정이란 불문율 속에서 아비들의 가슴은 까맣다 못해 꺼멓게 타다 못해 암이란 독소에 절절하기 쩔어버리는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듣고 싶었던 아비의 목소리를 로버트를 통해, 목소리가 아닌 맘의 아니 영혼의 소리를 듣는 딸의 맘이 어떨까? 이 이야기는그렇게 자녀들의 맘을 울려나간다. 후회와 회한의 아픈 눈물로 읽어내게 한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저자는 우리 사람이 아니라, 프랑스 작가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철저하게 감춰진 아비의 속내를 다른 나라 아비들도 갖고 있단 말이라지!!! 참 세상은 넓지만 결코 인간 이면의 감춰진 내면을 들춰보면 언어와 문화만 다를 뿐이지, 신이 창조하신 그 영혼만큼은 다 같은 수준, 같은 내용들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