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 R&B신을 대표하는 이름 "Alicia Keys"

2001년 데뷔작 "Songs In A Minor "이후 라이브 앨범 "Unplugged (2005)"까지 포함하자면 "Alicia Keys"는 이번 앨범까지
정확히 2년을 주기로 신보를 발표하고 있게 된다.  그러고 보면 다작을 해서 본의 아니게 가치를 떨어뜨리거나 혹은 너무
오랜기간 대중과의 소통을 중단하여 새로운 음악에 갈증을 느꼈던 팬들의 불만을 샀던 기억이 없었던 셈이다.
뮤지션의 음악적 충전과 대중의 욕구가 적당한 기간을 지나 가장 효율적인 정점에서 만났을때 비로소 그 결과물을
내놓았던 점은 여태껏 "Alicia Keys"의 앨범엔 "실패"란 꼬리표가 없었던 기록에 어느 정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As I Am (2007)" 이후 역시나 2년만에 발표한 정규 4집  "The Element Of Freedom (2009)"는  이제 신구 뮤지션의 가교역활을
할 무렵 뮤지션으로써의 무게가 제법 느껴질 시기에 발표되는 앨범이다. 성공적인 데뷔반 이후 소포모어 징크스를 겪지 않고
세 번째 앨범마저 연이은 호평을 얻으며 정상을 차지했으니, 현 팝 음악신의 대세라 불릴 수 있는 블랙뮤직 신에서 특히나
R&B계의 여성 뮤지션을 거론할 때 그녀의 이름은 이제 빠져선 안되는 인물로 자리메김을 했다.

* Alicia’s Music & Freedom....

이렇듯 어쩔 수 없는 부담을 갖고 발표된 "Element of Freedom (2009)"는 역시나 "Alicia Keys" 특유의 건반 사운드와
마이너한 분위기가 결합된 곡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사실 일반적인 뮤지션이라면 언제나 초창기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과
이후 변화를 시도한 음악을 선보이게 되지만 마지막엔 역시나 창작의 고통과 음악적 정체성에 흔들리며 한편으론 팬들의
끊없는 기대로 인해 새로운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런 점에서 "Alicia"역시 양 갈레의 길을 모두 경험하고 나서, 이번 앨범에 "Freedom"이란 표현으로 자신의 입장을 간접적
으로나마 표현하고 있다.

앨범은 전체적으로 우리가 생각했던 차분한 느낌의 곡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 느낌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성면에서
나름 힘있고 생동감 있는 곡들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다만 그녀 특유의 허스키하고 호소력 짙은 보이스로 인해 전체적인
느낌이 다소 한가지 톤으로 느껴질 수 있는 애매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 매력으로 그녀의 음악을 계속 지켜봤던 팬이라면
그다지 심각하게 짚고 넘어갈 부분은 아니다.

인트로를 제외하고 첫 곡으로 자리를 잡은 "Love Is Blind "는  "It’s Too Bad ’Cause Love Is Blind .."라는 가사가  메아리치
듯 기억에 남는 곡으로 살짝 이국적인 느낌마저 드는 후렴 멜로디가 인상적인 곡이다.
기대만큼 싱글차트에서 빛을 보지 못했던 첫 싱글 "Doesn’t Mean Anything" 은 연인에 대한 필요성을 당차게 표현한 곡으로
팝/락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생각보다 폭넓은 장르의 청자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트랙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어진 세컨
싱글 "Try Sleeping With A Broken Heart"는 80년대 신스팝적인 사운드를 느낄 수 있는 곡으로 듣는 이에 따라서 호불호가
쉽게 갈릴 수 있는 곡이기도 하다. 다만 80년대에서 90년대 초 라디오 세대를 거쳤던 청자들에겐 분명 이런 시도가 신선함으로
다가왔을 트랙이기도 하다.

"That’s How Strong My Love Is"는  마치 어린 소녀의 피아노 연주처럼 시냇물 흐르 듯 차분하고 맑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곡
으로 유연한 보컬에서 순수함마저 느껴지는 트랙이며 이와 반대로 전작 "No One"을 연상시키는 "Love Is My Disease"는
강약을 조절하는 드럼비트와 알리샤 특유의 서서히 끓어 오르는 보컬이 힘과 무게를 동시에 느껴지게 하는 트랙이다.
익숙한 Classic  멜로디가 가미된 "Like The Sea"는 역시나 피아노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으로 제목처럼 사랑을 "바다"라는
거대한 단어로 표현하며 마이너한 느낌으로 그 중요성과 무게를 표현한 곡이다.

한편 "Beyonce"와의 듀엣곡으로 많은 관심을 집중 시켰던 "Put It In A Love Song"은 앨범에서 가장 경쾌하고 리드미컬한
곡으로 살짝 이질감마저 안겨주고 있지만 R&B계의 두 대표 디바가 주고받는 아름다운 호흡만으로도 팬들에겐 귀가 즐거울
수 밖에 없는 곡이다.
떠나간 연인에 대한 빈자리의 아쉬움을  이야기 하고 있는 "This Bed"는 복고풍의 팝을 연상시키며 부담없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수록곡 중 하나로  자신의 우상이었던 "Prince"풍의 사운드를 발산하여 팬들 사이에서 은근히 화제가 되고 있는 곡이다.
앨범의 후반부를 차지하고 있는 "How It Feels to Fly"는 앞서 얘기했던 앨범의 "Freedom"이란 단어와 어느정도 일맥상통하는
곡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끝없는 비상을 꿈꾸는 그녀만의 의지를 담아내고 있는 곡이다.
마지막 "Empire State of Mind (Part II)"는 이미 "Jay-Z"와 함께하며 차트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Part I"의 보컬버젼으로
해석할 수 있는 트랙으로 코러스와 함께 들려오는 그녀의 보컬이 "New York"이라는 한 단어의 멜로디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곡이기도 하다.

* 스테디 뮤지션으로 거듭나길....

"Alicia Keys"의 이번 앨범은 아쉽게도 그녀가 발표한 정규작 중 유일하게 "Billboard Hot 200"앨범차트 정상을 차지하지
못하고 #2위에 만족했던 앨범이기도 하다. 하지만 발매 한 달만에 플래티넘을 넘겼고 U.K.앨범 차트에선 처음으로 정상을
차지했으니 이 기록만으로도 그녀의 폭넓은 인지도와 가치는 증명된 셈이다.
화려하고 폭발적이진 않지만 차분하고 깊은 맛을 갖고 있는 그녀의 음악이기에 언제나 앨범은 오랜 기간 차트에 머물려
대중들의 곁은 떠나지 않고 있다. 한편으론 전체적인 느낌상 뭔가 정체되어 있어 아쉬운감이 들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요즘처럼 획일화된 음악신에 이런 끈끈한 매력을 갖고 있는 뮤지션이 몇 안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솔직히 아직은 판단이 힘들지만, 부디 "Stevie Wonder"나 "Michael Jackson"같은 대선배들처럼 시대에 구속되지 않는 스테디
뮤지션으로 남길 바라고 싶다.
정통성과 변화를 모두 보기좋게 수용할 수 있는 뮤지션이자 "컴백"이란 단어 앞에 언제나 기대감이란 단어를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뮤지션 "Alicia Keys"의 존재 앞에 이제는 그녀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이 직접 자유라는 날개를 달아줄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