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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시크릿/ 레슬리 뉴비긴(복있는 출판사, 2012)

얼마전 친분이 있는 한 교회에서 자기 교회 이름에 포함된 ‘선교’라는 단어를 당분간 빼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유는 교회 재정이 어려워서 당분간 교회의 내실다지기를 할 것이고, 그 이후에 선교를 하겠다는 태도였다. 어떻게 보면 선교학을 전공하고 작은 교회를 개척하여 전도와 선교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한 사람으로서 마음아픈 일이면서 동시에 그 상황이 충분히 이해되는 안따까운 현실이다. 그리고 어쩌면 많은 한국 교회에서 선교는 부차적이고 교회의 많은 사역중에 하나로서 소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바로 그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오랜만에 재대로 된 책 한권을 만났다.

많은 선교학 서적들이 보통 방법론에 치중하는데 비해서, 이 책은 훨씬 더 근본적이고 중심적인 그리고 성경적인 이야기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이 60년이 지나고 나서도 좋은 고전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먼저 이 책은 단순히 “선교란 무엇인가?”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왜냐하면 선교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려면 교회가 무엇이고 복음이 무엇이며,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인에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가치들은 분리되어 있지 않고 상호 연관되어져 있다. 그것도 아주 깊게 말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교회는 선교로 인해 세워지고 선교를 통해 성장 유지된다.” 즉 교회가 태어나는데 선교가 필수적인 요소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교회가 성경적이며 건강한 교회로 자라가는데, 선교는 필수요소인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일단 이 책 전체의 핵심어인 선교를 이해하기 위해서, 권위와 성경을 설명하고 우리가 왜 복음을 전해야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당위성을 바탕색으로 깔고 있다. 그리고 그 위에 삼위일체적인 건강한 하나님의 선교(역사적 예수처럼, 미시오 데이는 그동안 참 많이 오해되었는데 이 책에서 성경적으로 바로 잡았다는 생각이다)를 밑그림으로 그려내었다. 설교, 신앙, 사역 모든 영역에서 삼위일체 하나님의 균형있는 이해와 관여와 관계가 참된 가치의 시금석이 되어주듯이, 성부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는 행동하는 믿음으로서의 선교와 성자 하나님의 삶에 동참하는 일로서의 행동하는 사랑으로서의 선교와 성령 하나님의 증언을 전하는 일로서 행동하는 소망으로서의 선교는 선교가 단순히 선교사 몇 명으로 교회가 제정적으로 지원하거나, 특별한 몇일간 선교 특강을 듣는 프로그램적인 이벤트가 아닌, 교회와 신앙이 가져야할 분명하고도 방향성 있는 교회의 교회됨을 위한 삶이고 실제가 되어야 함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밑그림 위에 그려지는 저자의 다음 터치는 역사속에서 하나님의 선교가 이어온 방향을 그려가고 있어서, 우리는 축복의 통로로서 해야만 하는 연결점에 있으며 점촉점에 있으며 그 바통을 이어받은 자임을 생각하게 한다. 그 다음 이야기들은 해방신학과 교회성장학파와의 대화이다. 처음에는 이 사람들의 이야기가 왜 나올까 생각했으나, 글을 읽어가면서 우리가 선교를 잘못된 방향으로도 쉽게 이끌어 갈 수 있음을 알고 저자가 미리 우리에게 지뢰밭을 보여주고 있는 것임을 알게 된다. 해방신학과 교회성장학파가 우리에게 긍정적으로 준 도전과 가치를 수용하고, 아울러 그들이 오해하고 실패한 내용들을 다시 교정하면서 우리는 하나의 사상이나 대의와 프로그램에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 헌신하는 것임을(211) 고백하게 된다.

저자의 탁월한 신학적 논의와 전개는 이 책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읽혀지고 또 토의되어야 할 깊이있는 내용임을 보여준다. 시대와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단편적인 전략이 아니라, 성경과 교회가 목적하는 하나님의 뜻에 대한 우리 성도가 가져야할 긴장이며 동시에 소망이 바로 선교라는 생각으로 다시 한번 굳게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제 선교에 대한 분명한 인식위에 적극적인 행동을 실천하는 용기를 가지고 분명하게 선택해야 할 것과 과감하게 포기해야 할 것을 분멸하면서도 하나님께서 복음과 문화사이의 그 엄청난 간격속에서 일하실 것을 기도해야 할 것이다. 성경은 처음부터 선교적인 책이며, 인간의 역사또한 선교적이다. 하나님께서 이 땅에 오셨고, 오실 것이기 때문에 말이다. 선교에 대한 이해로서 다양한 성경신학적, 문화인류학적, 언어적, 그리고 해석학적 차원들의 귀한 책이 많이 있지만, 이 책은 가장 기본적이고 중심적으로 읽고 고민하고 토론해야 할 귀중한 책임을 통감한다.

너무 좋은 구절이 많아서 책을 읽는 내내 종이에 써 두었는데, 혹시라도 이 책을 읽기 전이나 읽고 나서라도 다시한번 되세겨 볼 만한 구절들을 아래에 적어 보았다(약간의 수정도 있다).

- 기독교 선교는 세상에서 영위되는 모든 삶의 영역에서 예수는 만유의 주님이라는 고백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다(42)

- 교회의 선교는 사실상 교회가 이러한 성령의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예수는 주님”이라는 고백이 각 민족에서 그 고유한 언어로 고백되도록 하는 것이다(49)

- [선교는] 아버지의 나라를 선포하는 것, 아들의 삶에 동참하는 것, 성령의 증언을 전달하는 것이다(63) 즉 하나님 나라의 선포이고, 하나님 나라의 현존이며, 하나님 나라의 선행이다(123)

- 선교는 행동하는 믿음이다. 그것은 역사의 모든 사건을 가로질러 복음전파와 인내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믿는 믿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다(82)

- 선교는 하나님께서 세계와 인류를 창조하실 때 시작하신 일을 완수하는 것이며, 단지 교회가 행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성령에 의해 수행되어지는 어떤 것이다(110-111)

- 선교는 세상을 변화시킬 뿐 아니라, 교회도 변화시킨다(115)

- 선교는 어떤 대의나 프로그램에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 한 인물에 헌신하는 것이다. 선교의 중심에는 언제나 예수 그리스도의 공동체 안에서 그분에게 헌신하도록 촉구하는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211)

- 선교는 단순히 교회의 확장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일을 행하시고 새로운 순종을 탄생시키는 그분의 활동이다... 선교는 가르침뿐 아니라 배움도, 주는 것뿐만 아니라 받는 것도 포함하고 있다(240-241)

최근에 나는 산부인과 병원이 문을 닫고 출산율이 점점 떨어지는 한국의 모습이 한국 교회의 모습이 아닌가하며 가슴이 아프다. 미래가 없는 현실이 있겠는가? 자녀가 없는 가정에 소망이 없듯이 선교가 없는 교회는 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웨슬리 뉴비긴의 통합적이면서도 성경에 뿌리 깊게 자리매김한 그의 글과 삶은 분명하고 확실하다. 복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복잇는 사람으로서 이제는 한 걸음 더 나가야 하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내 예수님의 비유가 생각났다. 이해할 듯 하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도전받으나 삶으로는 옮길 수 없는 그 주님의 그 안따까운 음성이 말이다. 그러기에 다시 선교라는 내용이 변두리 부차적 옵션이 아니라 떨어진 교회의 이름에 다시 아로새겨야 할 가치라는 생각으로 회개해 본다. “귀 있는자는 들을 지어다.”

교회가 자기 확장에 주된 관심을 갖고 있을 때 과연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가장 신실하게 증언하고 있는지, “그 몸에 예수의 죽음을 짊어지고 가는” 공동체의 면모를 갖고 있는지 여부를 물어 보아야 한다(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