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하심/ 신바울/ 터치북스

 

산본의 메마른 땅에 개척을 하고 7년이 지났다. 7주년 기념예배를 드리면서도 그 흔한 기념품 하나를 준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작은 본당에 가득 찬 이 사람들은 하나 같이 주님이 보내주신 사람들이다. 처음 예배를 드린 후 4-5명의 성도들과 작은 상을 하나 깔고 밥을 먹었는데, 이제는 본당에 큰 상을 여러개 깔고 다시 주방으로 쓰는 작은 방에 두 개를 더 깔아야 한다. 웬델 베리가 말한 것처럼 “삶은 기적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날마다 일어나고 안개속에서 내가 발걸음을 옮길때마다 한 칸씩 열리는 신비의 계단처럼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길을 우리는 걷는다. 어떻게 우리 삶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하고 고민해 보지만, 결론은 하나다. 내가 그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지만, 분명히 나의 길을 예비하시는 분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놀랍고 기적적인 방법으로 말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것을 체험하는 것은 아니다. 믿음으로 순종한 사람들에게만 그 기적은 일상이 된다.

 

나는 방금 그 놀랍고도 기적적인 이야기, 살아있는 하나님의 예비하심을 또 만났다. 불신가정에서 태어나 특별히 누가 이끌어 준 것도 아닌데, 군대에서 예수님을 믿게 된 복음이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서, 잘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말레이시아 오지로 들어가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반족 사람들을 위해 복음을 20년이나 전한 신바울 선교사의 이야기는 사실 위대한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위대한 하나님의 이야기다. 글을 읽는 내내,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저자의 고백과 삶속에서 하나님이 얼마나 놀랍게 한 사람을 당신의 종으로 만들어 가셨으며, 그 가족의 고난과 기다림이라는 연단을 통해 새로운 인류를 만들어 가셨는가 놀라게 된다. 저자의 삶에서 란의 향기처럼 우러나는 진정성과 숨은 손으로 최선을 다한 편집자의 수고가 혼연일체를 이루어, 어떤 페이지에서는 진한 감동에 목이 메이고 또 어떤 페이지에서는 일어나 하나님을 찬양하게 만든다. 우리는 지금 넓은 집, 새로나온 자동차, 많은 연봉을 하나님의 축복으로 일반화시켜 버렸지만, 여전히 하나님의 진정한 축복은 사명을 따라 순종하는 자들에 주시는 더 높은 부르심과 감격적인 삶이 있음을 깨닫는다.

 

혹독한 선교지의 현실이 있지만 그렇기에 그 현실을 넘어서는 놀라운 하나님의 기적이 있고, 끊임없는 기다림속에 있지만 하나님의 시간표에 맞게 진행되며, 나는 내려가는 길로 보이지만 결국 하나님께서 올라가시는 감격을 체험하는 신바울 선교사의 삶과 사역은 이제 특별한 몇 사람의 특이한 삶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이 살아내야 할 하나님의 기대요 우리의 소망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내, “하나님의 방식”이라는 가치를 묵상하게 되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얼마나 내 방식을 오롯이 고집하면서도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래왔던가? 사실 하나님의 나라와 뜻은 하나님의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신바울 선교사와 그의 가족은 끊임없이 하나님의 방식이 가장 옳은 방식임을 삶으로 증명한다. 우리는 선교사를 특별한 기독교인으로 취급하지만, 사실 우리 모두는 이 땅에 선교사로 파송받았다. 가장 처음 예수님께서 그러하셨고, 우리 역시 불신의 가족과 직장 그리고 삶의 자리에 복음의 선교사로 파송받았다. 그런데 열매가 없는 이유는, 여전히 내 방식과 내 틀만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하나님의 방식에 열려 그분이 마음껏 역사하시도록 순종하는 새로운 일들이 모든 그리스도인들 안에서 폭넓게 일어나기를 소망해 본다.

 

특별 새벽기도라고 연속설교 한번만 하면 금방 책이 되는 어떤 유명 저자의 기독교 서적도 있고, 그동안 쌓아 올린 소위 기독교적 스펙을 배경과 화려한 추천사의 도배로 급하게 만들어진 책도 많다. 하지만 그런 책들은 삶의 본질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보다 그들이 만든 방식으로 우리를 함몰시킬 뿐이다. 솔직히 나는 지난 몇주간 심적으로 참 힘이 들었다. 7년간 쉬지 않고 한 교회의 담임목사로 달려왔지만, 안식년도 휴가도 없는 현실과 몇 개월씩 밀린 월세와 공과금 고지서를 보면서 내가 정말 이 힘든 길을 계속 가야 하는가라는 암담함에 좌초되려고 할 때, 이 한권의 책이 나에게 안식년보다 더 큰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어 주었기 때문이다. 정말 의미없이 던지는 인간의 위로보다 내 앞에서 열심히 걷고 있는 믿음의 사람과 그 사람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보면서, 나는 잠시 주저 앉으려했던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일어나게 된다. 낙망과 좌절에서 죽기를 구했던 엘리야에게 새로운 사명을 주시고, 3번이나 부인하여 의기소침한 베드로를 찾아가서 다시 분명한 비전을 던져주신 주님의 이야기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혹시 하나님이 정말 살아계신지 궁금한 사람이나 주님의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 그리고 주님의 길에서 나처럼 지친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책을 덮으며 나는 신바울 선교사님과 그의 흩어진 가족, 그리고 이반족과 그를 돕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게 되었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하게 내 안에서 힘이 나고 용기가 생겼다. 이제는 내가 하나님을 돕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분을 도와 드려야 겠다는 생각으로 일어나게 된다. 지금도 하나님이 일으키시는 영적인 파도는 어디에서나 일어난다. 나는 그 영적인 파도를 놓치고 싶지 않다. 신바울 선교사님의 감동적인 고백을 다시 한번 읽으며 부족한 서평을 마친다.

 

하나님은 내 인생에 대해 특별한 계획을 갖고 계셨다. 어느날, 그것이 무엇인지 내게 알려 주셨다. 내가 그것을 알게 되었던 순간, 나는 너무나도 기뻤고 또한 감격했다. 내가 가야 할 길을 알게 되었을 때, 그 길이 비록 내게 낯설었지만 두렵지 않았다. 그리고 그 길을 가는 동안 주님이 예비해 두셨던 많은 것들을 경험하며, 주님과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특권을 얻었다(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