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새물결 플러스"에서 나온 책은 거의 다 읽고 있는 애독자 중에 한 사람으로서 애정을 가지고 한마디 하자면, 이번 책은 너무나 실망스럽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어떤 책이든 그 책이 가진 강조점에 초점을 맞추어 긍정적으로 읽으려는 독자중에 하나다. 그래서 나의 서평은 왠만하면 긍정적이라고 본다. 이 책도 원제목이 함축하고 있듯이, 그리스도인이 너무 많은 염려를 하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자유하게 하는 복음" 속에서 충분히 다 이루어진 것을 누리면서 너무 강박관념 속에서 힘든 신앙생활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이미 복음은 하나님께서 충분한 모든 것을 다 하셨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은 무엇인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본질을 말하는 척 하지만, 사실은 일부만 말하고 있고, 독자들의 염려를 덜어주려고 자유를 말하지만 목적이 없는 무책임함이 가득하고, 적용이나 실천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말로 설교자와 성도들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려 하지만 사실은 왜곡된 복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책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미 책의 리스트에 잘 나와 있는 것처럼, 일부만 건드려 보면 

성경말씀만 잘 읽으면 되지 굳이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려고는 하지 말라

우리의 삶을 향한 하나님의 뜻은 찾을 필요가 없다.

머리와 가슴이 따로 움직여도 염려하지마라

설교가 꼭 실천적일 필요는 없다

경험적인 신앙이 기독교 신앙에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등이다.

 

정말 그런가?

나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하겠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읽기만 해서는 그 뜻을 알수 없다. 왜냐하면 성경은 읽는 것이 아니라 해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똑 같은 성경버전을 가지고도 왜 그렇게 다른 교리가 나오는가? 그것은 성경 텍스트의 문제가 아니라 해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왜 똑같은 본문으로 설교하는데 목사님 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는가? 그것은 각 사람 안에 역사하시는 성령의 분량이 다르며, 기도가 다르며, 내면에서 들리는 감동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은 성경을 문자적으로 읽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성령님의 감동을 통해 깨닫는 해석의 문제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도 우리 영에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에 귀기울어야 한다.

 

또한 저자는 감정과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감정과 경험에만 치중하는 것이 문제이듯, 요즈음 한국교회(미국이나 유럽은 오래 되었다)는 지성만을 중요하는 이단에 빠져있다. 머리로 알기만 하고 지성적인 입력만 있으면 삶이 변화되지 않는다. 하나님은 이 둘의 균형을 요구하신다. 로마서는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야고보서는 언제나 걸리적 거린다. 교리는 대소요리 문답을 달달 외우면서도 집앞에 있는 쓰레기는 줍지도 않는다. 지금 우리가 정말 많이 몰라서 한국의 기독교가 욕을 먹는다고 생각하는가? 바울이 구약성경을 계속 읽다가도 변화가 않일어났으나 다메섹에서 주님을 만나는 경험을 사도행전에서 3번이나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정말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가? 상아탑에 앉아서 강의만 하고 지성만으로 신앙생활하는 우리는 변화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지막으로 실천적이며 적용적이고 삶으로 옮겨지는 신앙과 복음이 필요하다. 이 책은 설교에 적용이 없어도 된다고 우리를 위로하고 삶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 갈등할 필요나 염려하지 말라고 한다. 참 편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왜 바울이 쓴 성경만 해도 앞에 정언법(인디카디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편지 후반에 명령법(임페러티브)가 같이 있는가? 바울의 설교자체가 앞에서는 설명을 뒤에서는 삶의 적용과 실천을 요구하는 도전이 있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설교가 적용이 없어지는 순간 죽는 것이다. 주님은 제자들의 발만 씻겨주고 '감동받아라' 한 것이 아니다. "너희도 이같이 하라" 하셨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우리 기독교인들이 너무 고민을 많이하고 성도들이 어떻게든 신앙생활을 잘해보려 하다보니 비성경적이고 인간적인  행동이나 실천으로 하나님이 이루신 놀라운 일에 흠집을 낸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정말 그런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솔직히 말해보자. 믿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고민하지 않고 기도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은가? 솔직히 이 귀한 복음의 은혜가 (본훼퍼가 말한 것처럼) 값싼 은혜가 되고 있는 것이 더 분명한 현실이지 않은가? 정말 이렇게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책을 읽으니 분통이 터진다. 아울러 저자는 복음이 각 사람속에 들어와 주님이 다 이루셨기에 감정적으로나 실천적으로 굳이 고민하고 노력하고 수고한다는 것 자체가 복음에 모순된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물어보자. 바울은 왜 그렇게 고민을 많이 하고 눈물을 흘리고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아파했는가? 그가 복음을 몰라서인가? 그것을 못누려서인가? 예수님은 왜 완전한 복음을 가지시고도 땀이 피가 되도록 기도하시는가? 왜 역사속에서 신실한 모든 선교사와 하나님의 사람이 한 지역과 영혼을 향한 끊임없는 부담감과 민망함을 가지고 오늘도 자신을 희생하고 주님의 뜻이 내 안에 이루어지고자 몸부림치는가?

 

이 책은 물위의 기름처럼, 복음을 삶과 떨어트리고 희석시키고 있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은 정말 주님을 위해 목숨바쳐 일하다가 모든 삶을 포기하고 주님만 위해 살다가 안식년을 가져야 할 선교사 정도나 되야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위로와 안전과 논리는 있어도 십자가와 헌신과 죽음과 사명이 없다.

 

솔직히 말해서 저자는 뭔가 신선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보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복음의 본질을 말한다고 한다. 이게 원래 복음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얼마전 랍벨의 책에서 사람들이 심한 논쟁을 벌였다면 이 책은 그보다 더 심각하다고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은 논쟁을 유발 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골수 루터 칼빈주의자들의 세상에서 내가 배운 것 하나는 기독교 도서들 중 "삶을 강조하거나 실천을 강조하는 책"은 언제나 비난 혹은 이단의 대상이 되어도 "지성을 강조하거나 행위없는 앎"을 강조하는 책은 절대 비난받지 않더라는 것이다. 그곳은 언제나 안전하다. 하지만 나는 둘 다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의 제목이 싫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감히 도전한다. "그리스도인들이여 고민하라! 더 고민하라! 더 걱정하라! 왜 내가 주님의 뜻대로 살지 못하는지 고민하고 왜 삶이 되지 못하는지 아파해라! 주님의 고결한 피와 성령의 말할 수 없는 탄식이 오늘 내 삶에 살아 있도록 눈물로 기도하고 매일 나의 손과 발로 그 가치가 넘쳐나도록 울어라" 주님이 모든 것을 다 이루셨지만, 이제 그 주님은 나를 보내셔서 그분의 일을 하기 원하신다! 진정한 자유와 평안은 철저한 희생과 눈물속에서 주님과 함께 누리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예배에 대한 책을 내면서도 수요일에 교회도 가지 않는 편집장이 진정으로 예배하게 되고,  기도에 대한 책을 팔면서도 한 시간도 기도하지 않는 출판사 직원이 기도하게 되고, 복음에 대해 날마다 현학적인 표현만 찾는 한국 지성인들이 정말 단 한사람에게라도 복음을 증거하는 도전과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책이 더 많이 일어나길 나는 정말 고민하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