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마천령을 뛰어내린 등애와 병사들이 땀을 식히고 있을 무렵, 등애의 눈길을 끄는 비가 하나 있었으니,

"승상 제갈무후 쓰다."

라고 큼지막하게 쓰여 있군요. 여기엔 공명이 쓴 시도 새겨져 있었는데, 그 중엔

"두 장수가 싸우고 찌르니 오래지 않아 스스로 죽으리라."

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등애는 위 시에서 말하는 "두 장수"란 자신과 종회를  의미하고, 둘이 맞붙는다면 자신이 죽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자 오싹한 감이 드는 것을 어찌 할 수 없었는데, 갑자기 보고가 들어옵니다.

"인근에 큼지막한 진이 있는데 텅 비어 있습니다." 

주민들에게 수소문해 본 결과 공명이 살아있을 때만 해도 이곳을 지키는 진지가 군사 1,000명 정도의 규모로 운영되던 것을 유선이 치워버렸다는 것입니다. 만약 진지가 있었다면 낭떠러지에서 굴러 정신이 없는 등애와 병사들은 떨어지는 족족 촉군의 칼 맛을 봤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덮쳐오는 섬뜩함을 견디다 못한 등애는 무릎을 꿇고 맙니다. 그러곤 한 마디 하죠.

"승상을 스승으로 모시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뻥일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등애 일행이 마천령을 넘게 된 경위도 석연치 않거니와, 등애가 강유성을 거쳐 접수한 부성의 백성들은,

"군사들이 어찌 이런 곳까지 쳐들어올 수 있단 말인가!!"

라는 생각에 위군을 하늘에서 내려온 병사들이라고 여겨 순순히 항복했다는 것인데, 이처럼 험준한 지형이 버티고 있는 마천령에 찰싹 붙여 진지를 두려고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마천령 인근의 강유성 등에는 별도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공명이 등애가 서촉으로 쳐들어오는 독특한 경로 및 등애, 종회가 결국 맞이하는 비극적인 최후까지 예견했다고는 믿기 어렵습니다. 이건 공명이 아니라 완죤 신령이죠.

공명, 등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