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첨은 유선의 간곡한 부탁을 받고 촉의 수도 성도에 있던 7만의 군사를 접수해 큰아들 제갈상과 함께 등애와 대결하러 나섭니다.

제갈첨이 이끄는 촉군과 등충(등애의 아들), 사찬이 이끄는 위군은 성도 인근의 면죽성에서 만나게 되는데, 갑자기 촉군의 진영이 활짝 열리며 달려나오는 수레 위에는,

머리에는 윤건을 쓰고,

손에는 학 깃털로 만든 부채를 들었으며,

하얀 옷을 검은 띠로 질끈 동여맨 사람이 앉아 있었으니,

등충의 말을 빌린다면,

"공명이다!!"

라고 하는군요. 이미 마천령에서 크게 혼이 났던 탓인지 등충, 사찬은 촉군과 싸울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후퇴하고 맙니다. 

무려 1만 명의 사상자를 낸 채. 

하지만 공명이 예수님도 아니고, 죽은 자들 가운데서 돌아올 수는 없었죠. 제갈첨은 공명의 목상을 만들어 수레에 앉혔던 것입니다.

여기서 떠오르는 의문 하나는,

"제갈첨이 분장하고 수레를 탔으면 더 그럴 듯 하지 않았을까?"

라는 것인데, 추측이긴 합니다만, 애석하게도,

제갈첨이 황씨를 닮았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분장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겠지요.

이후 촉군은 제갈상의 용맹을 내세워 또 한 번 크게 이깁니다만, 결국에는 등애의 유인책에 말려 포위당해 대패하고 제갈첨, 제갈상은 모두 전사합니다.

이 대목도 좀 이해가 안갑니다. 등애와 함께 마천령을 넘은 군사는 불과 2,000명. 등애가 음평 소로에 진을 치고 남겨둔 군사도 3만 3,000명 정도에 불과하니 이들을 동원하고 접수한 강유성과 부성에서 군사를 충원했다고 해도 위군은 4만 명 정도였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제갈첨은 무려 7만 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있었다는 것이죠. 그런데도 졌다니, 등애가 계책을 워낙 잘 쓴 것 같습니다.

쬬다 유선이 끝까지 쬬다로 남아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뒤늦게 약간 정신을 차리는 바람에 공연히 충성스런 신하 두 명만 더 죽이고 말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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