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양평관은 강유의 총애를 받던 부첨, 장서가 지키고 있었는데, 부첨이 자기 고집대로 위군과 정면대결을 하겠다며 성을 박차고 나가자 장서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위군에 항복해버립니다. 덕분에 양평관을 쉽게 접수한 종회는 갑작스런 군사들의 함성소리에 깜짝 놀랍니다. 함성의 근원지를 찾고자 순찰을 돌던 종회는 구름과 안개로 둘러싸인 산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살기가 치솟고 있음을 발견하죠.

"저 산은 무슨 산이냐?"

배신자 장서는 고하기를,

"정군산이라고 하는데 돌아가신 제갈무후의 묘가 있는 곳입니다."

종회는 공명이 현성(높고 귀한 사람이 신령이 되어 나타났다는 의미라는군요)하였음을 직감하고 제사를 올립니다. 

그런데,

제사를 마치자 거센 바람은 잠잠해져 소슬 바람 불어오고, 가랑비 내리자 구름과 안개마저 걷히면서 비로드 빛 하늘이 드러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공명이 이렇게 쉽게 넘어가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날 밤 공명은 종회에게 나타나 부탁합니다.

"한조는 이미 기울어 천명이 다하였으나, 무고한 백성들이 고통받지 않도록 해 주시오."

본능적으로 가볍게 넘겨들을 말이 아님을 느낀 종회는 "보국안민"이라고 커다랗게 쓴 깃발을 들어서는 마을마다 세우도록 한 다음, 양민을 해치는 자는 참하겠다고 엄포를 놓습니다. 이 소문이 퍼지자 한중의 여러 고을들이 쌍수를 들어 밀려오는 위군을 환영하였음은 뻔한 일이지요.  

죽은 공명의 충고는 산 종회에게도 효과만점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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