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는 위의 장수 왕관의 계책을 역이용하여 등애를 크게 이기지만, 군량미를 소진하여 한중으로 물러선다. 강유는 여덟번째로 북벌에 나서면서 옹성에서 등애에게 크게 패하지만, 기산에서 크게 이기고 등애를 포위하나 황호의 농간으로 한중으로 다시 물러선다. 강유는 황호를 죽이려다 오히려 목숨이 위태롭게 되자 극정의 조언에 따라 답중으로 물러서 훗날을 도모한다. 사마소는 종회로 하여금 촉을 치도록 하고, 종회는 촉의 장수 장서의 투항으로 양평관을 점령한다. 음평을 강유에게 돌파당한 제갈서의 처벌 여부 및 서촉의 공략 작전에 관한 의견이 엇갈리자 종회와 등애는 갈등하기 시작한다.

나관중이 서촉 멸망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꼽는 사건은 유선이 내시 황호에게 농락당한 일입니다. 황호가 서촉의 멸망에 기여한 사건을 살펴보면(꼭 모 방송국의 프로그램 "엑스맨"같군요ㅋ), 등애로부터 뇌물을 받아먹고선 유선에게 강유가 역모를 꾀하고 있다면서 소환하라고 부추긴 일, 자신에게 막대한 뇌물을 바치고 우장군이 된 염우로 하여금 공로를 세우도록 하기 위해 기산을 포위한 강유를 소환하고 염우로 하여금 그 임무를 대신하도록 한 일 정도를 들어볼 수 있겠습니다.

일찌기 공명이 인정한 인재인 동윤은 황호를 잡아먹지 못해 이를 갈았다고 합니다.

강유도 기산을 포위하고 승리를 코앞에 둔 상태에서 물러설 수밖에 없게 된 원흉이 바로 황호임을 알고서야 비로소 황호가 나라를 망칠 놈임을 깨닫고 잡아죽이려고 하죠.

이처럼 서촉의 핵심적인 인재들이 황호를 제거하고자 하였지만 이에 대해 유선은,

"황호는 발바닥이 닳도록 짐의 심부름이나 하는 작자이니 전권을 휘두를만한 자가 되지 못한다."

는 태연한 반응을 보입니다. 황호는 그때 칼을 빼어 든 강유에게 목숨을 구걸하면서, 아마도 엉겁결에,

"다시는 국정에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라고까지 하였음에도 유선의 황호에 대한 호감은 변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른들이 알아서 잘 크겠거니 하고 북벌에만 몰두한 사이 나쁜 신하를 사귄 유선은 쬬다가 되어 버린 것 같군요. 하지만 또 한편으론 바보 시늉을 하면서 실은 유선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었던 황호의 영악함에 감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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