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조모는 왕침, 왕경, 왕업을 불러 명하기를,

"사마소는 짐을 폐위시키고자 하나 짐은 이에 응할 수 없다. 경들은 역적을 처단하라."

고 영을 내립니다만, 왕침과 왕업은 우물쭈물이고, 왕경만이 충심에서 당장 사마소를 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함을 들어,

"때가 변하기를 기다려 일을 천천히 도모하심이 좋겠습니다."

라고 조언합니다.

심지어 왕침, 왕업은 사마소에게 발각될까 두려워 냉큼 사마소에게 달려가 자수해버리죠.

이에 대한 조모의 반응이 흥미롭습니다. 대개 힘 없는 황제들은 실권을 쥔 자를 은밀히 제거하려 함이 보통인데, 조모는 친위대인 초백 등 300명을 내세워 사마소에게 정면으로 도전합니다.

병권을 쥐고 있을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수천 명의 친위대는 이끌고 다니는 사마소에게 말입니다.

왕경이 조모를 만류합니다만 소용 없고, 가충은 이 정보를 어느새 입수하여 성제, 성쉬 등 수천 명의 군사들을 이끌고 나타납니다. 황제를 알아 본 군사들이 감히 덤빌 생각을 못하자 가충은 넌지시 성제에게 한 마디 건넵니다. 

"사마소께서 자네를 기르신 것은 이럴 때를 위함 아닌가?"

"죽일까요, 잡을까요?"

"사마소께서는 죽이라고 하셨다."

냉큼 성제는 달려 나가고,

"필부 놈이 무례하구나!!"

라는 조모의 단발마에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창으로 가슴을 찔러 조모를 수레에서 굴러 떨어뜨린 다음, 다시 등에 일격을 쑤셔넣는 것으로 조모의 삶을 끝장냅니다. 

그와 함께 성제, 그의 동생 성쉬, 삼족의 운명도 끝장나게 되었으니, 사마소의 아저씨인 사마부, 중달을 섬겼던 진태가 유감의 뜻을 표명하여 책임을 뒤집어 쓸 자가 필요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마소는 차마 가충을 죽이지는 못하고 성제 등을 처단해 버린 것이죠.

역시 사람을 잘 가려서 섬겨야겠습니다. 잘못하면 이용만 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조모, 왕경, 가충, 성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