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도와주러왔다고 생각한 마초마저 현덕에게 투항하라고 윽박지르자 유장은 거의 싸울 의욕을 잃어버립니다. 결국 유장은 현덕에게 투항하고, 현덕은 유장을 형주로 보내버리죠. 마초가 투항했다는 소식을 들은 운장은 뜬금없이 마초와 겨뤄보고 싶다고 하는 것을 공명이 달래어 스스로 관두게 합니다. 한편 손권은 현덕이 서천을 먹은 이상 빌려준 형주를 돌려받아야겠다면서 장소의 계책에 따라 제갈근을 서천으로 파견하죠. 공명의 형인 제갈근이 가족이 옥에 갇혔다면서 눈물로 호소하면 공명이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현덕에게 형주를 반환할 것을 호소할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심산이었지만 현덕과 공명은 공을, 즉 형주 반환의 결정권을 운장에게 넘겨버립니다. 현덕이 영릉, 계양, 장사 세 고을을 돌려주겠다는 편지를 제갈근에게 들려주었지만 운장은 고집불통, 제갈근은 대들다 망신만 당했을 뿐이죠. 

현덕의 나날이 늘어가는 기만이 볼만합니다. 서천을 집어먹으며 유장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내가 인의를 행할 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어찌하겠소!"

어떡하긴요? 나에게 무엄하게 군 것을 뉘우치니 됐다. 네 땅을 다시 돌려주마-그렇게 할 수도 있는거죠. 정말 마음이 있었다면 말입니다. 

유장의 신하들은 일찌기 조언을 했답니다. 주변에게 깐족거리는 장로를 막기 위해 현덕을 끌어들이는 것은 가벼운 병을 잡으려다 심장을 갉아먹는 병을 키우는 격이라고. 그러나 유장은 장송의 말에 홀려 현덕은 종형이니 그저 자신을 자상하게 돌봐주리라는 물컹한 생각을 하다 결국 땅을 빼앗기고 말았죠. 현덕이 혼자 옵니까? 천하통일의 야심에서 살아갈 이유를 찾는 모사들과 장수들을 잔뜩 거느리고 온단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