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뉴욕의 비즈니스는 나이트클럽에서도 이뤄진다

 

데이비드 라빈은 셀러브리티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유명 나이트클럽 로터스와 더블 세븐을 소유하고 있다. 그는 이 책의 인터뷰를 위해 연락한 나를 그 두 곳의 손님 명단에 올려주었고, 로터스에서 목요일 새벽 1시마다 열리는 공연에 초대했다.

미트 패킹 14번가에 있는 그 나이트클럽에 도착한 것은 자정 무렵이었다. 그곳은 외관만 봐서는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건물이었다. 주변은 뉴욕의 전형적인 유흥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검정색 정장 차림의 건장한 남자들, 딱 달라붙는 검정 팬츠나 칵테일 드레스를 입은 여자들, 클럽의 입구에 쳐진 거대한 휘장…. 멋지게 차려입은 사람들과 화려한 풍경은 이곳의 유명세를 실감케 했다.

데이비드의 개인 손님 명단을 확인한 경비원은 나를 안으로 안내했다. 길고 컴컴한 통로를 따라 들어가자 촛불로 희미하게 불을 밝힌 작은 라운지에 악어가죽으로 뒤덮인 테이블들이 놓여 있었다. 클럽에 자주 드나드는 여자들이 대부분 모델 같은 늘씬한 몸매다 보니, 상대적으로 내가 작고 뚱뚱해진 느낌이었다. 그곳에 오는 남자라면 적어도 디자이너 존 바바토스 셔츠에 로건 청바지 정도는 입어주어야 할 듯했다. 검정색 유니폼을 입은 아름다운 금발 미녀들은 보드카와 신선한 과일 주스를 테이블로 나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데이비드가 나타났다.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이었지만 고급스러운 라운지와 썩 잘 어울리는 세련되고 매력적인 남성이었다. 우리는 클럽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는 클럽을 오픈한 지 채 2주가 안되었다며 약간은 들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시간이 더디 가는 것 같군요. 어서 9월이 왔으면 좋겠어요. 이곳 더블 세븐이 패션 위크의 애프터 파티 장소가 될 예정이거든요.”

데이비드는 나를 길 건너편에 있는 로터스로 데려갔다. 목요일 새벽 1시인데도 클럽은 디자이너 청바지 차림의 아름다운 여자들과, 입장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남자들로 북적거렸다. 인파를 피해 옆문으로 들어간 데이비드와 나는 휘황찬란한 불빛의 복도를 따라 들어갔다. 곧이어 탁 트인 댄스 플로어가 나타났고, 천장에 달린 거대한 디스코볼이 돌아가면서 늘씬한 금발 미녀들과 값비싼 인테리어 장식들을 비추었다.

사람들로 가득 찬 플로어에는 높은 스틸레토힐을 신은 여자들이 한 손에 마티니 잔을 든 채 마돈나의 ‘홀리데이’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댄스 플로어 가장자리에 약간 높게 만들어진 자리에는 테이블 좌석들과 밀실들이 배치돼 있었다. 300달러 이상의 술을 병째로 구입해야 하는 보틀 서비스 지정석이었다. 좀 더 특별한 단골손님들에게는 술을 주문하지 않고도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소파 위에서 춤출 수 있는 특권이 주어졌다.

그런데 이렇게 쿵쿵거리는 음악 소리와 소란스러움과 화려함이 뒤섞인 공간에서 중대한 비즈니스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클럽 홍보요원이자 디제이인 래리 티는 이렇게 말했다. “나이트클럽은 의미심장한 장소다. 조용한 곳에서는 새로운 크리에이티브가 만들어지는 데 필요한, 문화 간의 접목이나 충돌을 기대할 수 없다. 나이트클럽은 새로운 패션과 음악을 위한 연구실이며, 크리에이티브 종사자들이 어울릴 수 있는 하나의 공간이다.” 전설적인 재즈 클럽 빌리지 뱅가드의 소유주 로레인 고든은 “이런 곳에서 노는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커리어에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흥과 비즈니스가 결합한 이러한 메커니즘은 컬처 이코노미를 가동시키는 주요한 동력이 되며, 또한 점점 보편화되는 추세다. 1980년대 힙합 문화와 파티 현장의 기록으로 영향력을 떨치는 사진작가 리키 파월은 이러한 현상이 자신의 삶 속에 미치는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사교 활동은 직업적 차원에서 내게 무척 중요한 의미가 있다. 나는 파티도 즐기지만, 기록하는 것도 그만큼 즐겁다. 때로는 파티에서 정말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