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문화적 맥락’을 만드는 것이 곧 상품화로 직결되는 시대

 

힙합 아티스트들은 뉴욕 도심 빈민가 출신이라는 사실을 주류 음악의 커리어로 쌓는 데 부분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예가 힙합 역사상 가장 뛰어난 인물로 평가받는 투팍 사커다.

1971년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투팍은 캘리포니아 오클랜드로 이주해 그룹 디지털 언더그라운드에 합류했다. 처음에는 댄서로 나중에는 래퍼로 활동한 그는 직접 제작한 음반들을 연달아 히트시켰고, 자넷 잭슨과 공동 주연을 맡은 영화 ‘포이틱 저스티스’와 두 번째 작품 ‘할렘 덩크’를 통해 영화배우로서도 성공적인 입지를 쌓아나갔다. 하지만 난폭한 음악 가사와 사생활 문제가 불거지면서 위기에 처하는 듯 보였다. 그는 래퍼 한 명을 야구방망이로 폭행한 혐의와 또 다른 성폭행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음악은 계속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심지어 플래티넘 음반인 ‘미 어겐스트 더 월드’는 그가 감옥살이를 하는 동안, 음반 판매 차트에서 4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거칠 것 없이 뻗어나가던 그의 커리어는 1996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마이크 타이슨 대 브루스 셀던의 권투 시합을 보고 나오던 중, 총에 맞아 숨을 거두면서 마감되었다. 사고 당시 그는 자신의 음반사 데쓰 로우 레코드의 프로듀서이자, 2005년 마이애미에서 다리에 총상을 입었던 슈그 나이트와 동행 중이었다.

투팍의 어두운 과거와 구구절절한 사연은 그와 그의 음반사가 투팍을 상품화한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실생활에서나 음악적으로나 폭력배와 다름없었던 사실은 그를 세계적인 래퍼로 만드는 데 정통성을 부여했다. 상식을 벗어난, 위험하면서도 반항적인 성향의 하위문화가 그에게 하나의 명분을 제공한 셈이었다.

투팍이 자신의 배경을 기반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흡인력은 힙합 문화가 갖는 정통성의 핵심을 차지한다. 힙합 뮤지션과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은 시장에서 그 정통성을 구축하는 데 뉴욕의 빈민가 문화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여기서 말하는 시장은 힙합 음악은 물론이고, 헐렁한 청바지와 고가의 운동화 같은 힙합 패션으로까지 확장된다.

그리고 뮤지션들이 이렇듯 문화를 상품화하는 현상은 소비자들의 요구와도 맞닿아 있다. 뮤지션의 음악만으로 부족함을 느끼는 팬들은 그가 만든 패션까지 따라 하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힙합 그룹 엑스 이큐셔너스의 매니저 Q는 “자신의 의류 라인이나 직접 제작한 영화가 없으면 성공한 래퍼라고 할 수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뉴욕 힙합 방송국 파워105에서 일하는 어느 인터뷰 대상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1990년대에 토미 힐피거는 조금 색다른 길을 도모했다. 그는 래퍼 스타 그랜드 푸바에게 자신의 옷을 입혔고, 곧바로 힙합계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를 목격한 힙합 신진 아티스트들은 그것을 기회로 여겼다. 러셀 시몬의 팻 팜이 그러한 경우다. 그전에는 모든 힙합 젊은이들이 노티카와 랄프 로렌, 토미 힐피거를 입고 다녔지만 이제는 팻 팜과 엑코를 입고 다닌다. 이들 브랜드는 메이시스 백화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1970년대 펑크 밴드 텔레비전의 리처드 로이드는 변화를 거듭하는 시대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힙합과 랩을 하는 친구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바로 의류 라인을 런칭하는 것이다. 십중팔구가 그렇다.”

상업화는 문화와 문화 생산자에게 선택권을 제공한다. 숀 콤스의 말처럼 그의 ‘패션과 음악과 라이프스타일’ 사이에는 시너지 효과가 존재한다. 아울러 크리에이티브 생산자가 문화를 이용해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제품을 생산해내는 능력은 업계 간의 상호의존적 관계를 구축해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