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아 숨가쁘게 읽었다. 흡입력 속도감 장난 아니다.
글쎄 비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필자의 느낌은 10년전쯤 읽은 재일작가 류미리의 골드러쉬의 숨막힐듯한 암울한 분위기가 떠오른달까. 뭐 그때만큼 타락하지도 퇴패하지도 절망적이진 않지만, 나름 소년은 못지않게 시니컬하며 당혹스럽고 불쾌한 상황에 처해있다.

아 불현듯 떠오른건데, 흔한 건전 발랄한 성장소설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메르헨에 가깝다고 하면 억지일까? 파랑새가 등장하는 걸로 봐서도 헨젤과 그레텔의 21세기 대한민국표 극현실적 잔혹동화란 부연 설명이 어울릴듯.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품이지만, 솔직히 필자는 청소년기에 있는 내 조카나 자녀가 있다면 읽히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래 요즘 포털사이트 메인화면에 온갖 잔인하고 불쾌하고 충격적인 기사와 동영상들로 가득하단걸 알지만, 10대들이 온갖 폭력과 성범죄들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도 알지만, 그래도 싫다. 양보하면 10대후반 17세 이상의 청소년이 읽었으면 좋겠다. 16세와 17세의 차이가 뭐냐고 물으면 할 말없다. 소설 속 소년도 16세인데.

창작 메르헨이나 잔혹동화들이 그렇듯 그 시대의 극한 현실을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에 반영하는 것인데, 그럼 점에서 이 작품은 매우 충실했다. 아동 유기, 자살, 이혼, 재혼가정의 불화, 아동추행, 학교 교육에 대한 불신 등등 신문 사회면에 언제나 등장하는 일상다반사 소재들이 작품의 뼈대를 이루지만, 단순히 흔한 소재에서 그치는게 아니라 그 소재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문장력이 구병모 작가에게 있지 않나 싶다. 때론 익명의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있는 지극히 사적인 비밀글을 훔쳐보는 듯한 희열감을, 때론 포털 사이트 익명의 풍자적이고 비유적 촌철살인 댓글을 읽는 듯한 통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뭐랄까 매우 인터넷적인 소설이다. 인터넷이란 매체에 익숙한 젊은 독자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매력 있는 소설이다.

아 그리고 이건 필자의 개인적 취향에 관한 것이지만 흠흠.
위저드 베이커리는 BL계열이다. 소년과 마법사의 관계는 단골손님과 제과점 점장이자 제빵사이지만, 둘은 서로가 서로를 동정하는 관계로 등업하고 서로의 일상, 삶, 그리고 운명에 이르기까지 간섭하거나 이를 허용하게 되는데, 아 더 이상 말하면 스포가 되지만, 서로에게서 위로와 안식을 얻게 되잖아... 그럼 뭐야? 그럼 된거 아냐. 필자는 고로 선언한다. 위저드 베이커리는 OOO이다.

위저드 베이커리는 21세기 대한민국표 인터넷풍 BL계열 퀴어 잔혹동화 메르헨이다.

여성향 누님들의 일독을 권하고, 더불어 구병모 작가님과 출판사는 위저드 베이커리 2권을 조속한 시일에 출간하고 시리즈로 만들어서 시오노 나나미가 매년 로마인 이야기를 쓴 것처럼, 매년 시리즈를 써주시길 부탁드리고. 영화로 제작해도 좋을 듯 싶은데, 빨리 시나리오 작업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