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판타지라고 쓴 건, 이 소설이 한글로만 쓰였지 사실 모든 배경과 설정, 소재 등이 서양 문화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퇴마록’은 한국 판타지다. 왜냐면, 주된 배경과 소재 등이 한국의 설화 전설에 깊게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이미 개략적인 줄거리를 알고 있었지만, 이 소설이 특정 판타지 소설과 매우 흡사한 설정과 이야기의 전개를 갖고 있어 놀랐기도 하고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물론 두 소설은 전혀 다른 책이다. 하지만 작가 이름을 지우고 번역된 두 소설을 읽어 본다면, 한 사람이 쓴 책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를 정도로 비슷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0% 정도 만족한다. 왜냐면, 첫째, 작가의 풍부한 한글 표현력 - 한글 표현력이라 말한 건 필자가 영미 판타지 소설을 원서로 읽어 왔기 때문에 아주 분명한 차이점을 느꼈기 때문이다. 둘째, 재치있는 문장력. 셋째,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 구성의 힘 - 솔직히 후반부 읽으면서 ’아 이건 막장 판타지다!’ 등장인물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가 좀 짜증날 정도로 공개되면서 흥미를 떨어뜨리긴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흥분되었던 필자. 역시 필자는 모험과 환상의 세계에 약하다. ㅠ,ㅠ

또 하나 아쉬웠던 점은 캐릭터의 개성 부족. 물론 주인공인 프리가는 캔디+신데렐라형 역할에 충실하며 제 몫을 충실히 하지만, 상대역이 지비스의 개성이 억척스럽고 드센 프리가의 성격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위축되었는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책을 덮으면서도 지비스는 머리 속에서 잘 그려지지 않았다. 필자는 소설을 읽으면 내용이 머리 속에서 영화처럼 펼쳐지는데, 이 책은 순정만화가 그려지더라! 머리 속에서 칸칸이 프리가와 등장인물들의 그림이 그려져 만화책을 보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지비스 가족들은 나무랄데 없이 매우 잘 묘사되었는데, 유독 유이만 외모나 성격, 움직임이 잘 설명이 안되어 지비스와 더불어 머리 속에 그려지지 않더라. 유이는 대사도 많고 출현도 잦은데, 의외로 가장 몰개성한 존재여서 심히 속상했다는. 모범생 캐릭터여서 그랬는지 그래도, 2권에선 좀 더 세세한 외모 묘사와 더불어 성격이 분명히 드러나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무리 하자면, 위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귀엽고 발랄 상큼한 완소 판타지임에 틀림없고, 작가의 재치있고 재미있는 이야기 구현력이 글을 읽는 필자에게 명랑하고 밝고 건강한 생각을 갖게 할 만큼 훌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