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불타오르는 도시 화양. 인수공통감염병, 원인 모를 병이 사람과 개들에게 번지기 시작한다. 썰매개를 몰고, 자신이 개들을 몰살시켰다는 -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 생각에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재형과, 아내와 딸을 지키고 사람들을 구조하는 소방관 기준, 사건에 대한 취재와 진실에 대한 의욕을 가지고 사는 윤주, 애틋한 로맨스와 스타를 향한 절절한 마음, 잔혹한 복수도 불사않는 안타까운 링고, 어렸을 적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로 인해 세상을 비뚤어진 눈으로 바라보고 브레이크 없는 미친 복수를 행하는 동해, 이들이 그 상황으로 가는 과정에 얽혀있는 이야기, 병이 나돌면서 이들에게 일어나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여러 이야기들을 차례차례 풀어가는 것이 아닌 중간을 관통하며 얼개를 끼워맞춰 나가야 하는 글 답게 아직도 첫 시작이 어디인지, 화양맨션 아파트 개 키우는 집에서 개들, 그리고 늑대개로 부터의 전염때문인지, 아니면 어디인지 알수는 없다. 아직도 찬찬히 정리하자하면 어디부터 시작인지 알수 없으나, 이야기는 여러 갈래의 물줄기에서 조금씩 이어가는 이야기를 마지막에 하나의 관통으로 이어간다. 그래서 어쩌면 첫 부분의 썰매개의 등장과 알래스카 이야기는 끝부분에서는 알고보면 큰 역할을 하진 않는 - 재형에겐 물론 가장 큰 이야기다- 이야기지만, 어째든 그런 조각들이 이야기를 앞으로 힘 있게 밀고 나간다. 정유정 소설의 특징은 가슴을 파고드는 묵직하게 담을 만한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 예로, 연금술사나 브리다 같은 파울로의 책들은 참 가볍게 읽히고 문간도 얄팍하고 가볍지만 한줄한줄 읽어나가며 되짚고 곱씹어 끝부분에 뭔가 생각해야할 것이 뜻뜻하게 남아있는 책들이라면 - 7년의 밤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그런 느낌은 거의 없지만, 분명 이야기를 한번 손에 넣으면 끝까지 읽고 나가게 하는, 뒷부분이 궁금하게 하는 책들이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정유정의 소설은 책이라기 보다 영화같다. 7년의 밤보다도 28은 더욱 그러한 것 같다. 장면 하나하나가 순에 선하게 그려진다. 문장은 짧고 호흡은 가쁘고 중간중간 뛰어넘으며, 또 묘사해가는 부분이, 참 생생하게 그렸다, 그대로 영화 시나리오로 써도 되겠다 싶을 만치 생생하고 선명하게 그려낸다. 그럼으로 머릿 속 영상을 끊고 싶지 않아서라도 책장은 훌훌 넘어간다. 이런 묘사뿐 아니라, 그녀의 소설은 속도있게, 넘어간다. 대중성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주인공들에게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대하고, 동정 같은 것은 나타나지 않을 만큼 조금은 잔혹하고 무시한 서사도 서슴치 않는다. 중간 낮잠에 무서운 꿈을 꿀 만큼. 다 읽고 나면 얼른 정리해버리고 싶은 만큼. 7년의 밤이나 28 모두 소설을 지배하고 있는 묵직하고 음울한 분위기와 추리소설과 같은 긴장감 있는 문체가 글을 계속 넘어가게 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 김민희가 나왔던 영화 화차나 시골 마을에서 일어나는 만화 소재 이야기, -제목이 기억안난다, 광기? 뭐 그런- 등과 비슷한 분위기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꼭 내 스타일이라고 하기엔 거리감이 있으나, -보는 내내 마음이 쫄깃하니 불편하고 긴장하고 있어야 하기에- 하지만 그 서사적인 묘사나 스케일, 이야기를 얽어나가는 흐름과 긴장감있는 분위기 등은 분명! 배워야할 것이다.

또한 영화 감기를 이미 보았던 터라, 그리고 28의 스포를 접했던 터라- 아주 약간- 두 이야기가 너무나 같다고, 사실상 소재가 거의 같다고 봐야한다. 체육관에 시신을 쌓아놓는 것 마저, -그래서 28을 읽으며 조금은 덤덤 했다. 이미 감기에서 한방 맞았으므로- 처음 28의 한 줄짜리 스포를 접했을 때 두 개가 무슨 관계가 있는 것 아닌가, 28의 이야기가 중간에 빠져나간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거의 똑같은 스토리였다. 물론 소재가 그렇다 한들 이야기를 어떻게 펼쳐나갈 건지에 대해서는 미지수지만. 하지만, 화양을 차단하는 것, 사람들이 방독면을 쓰고 다니는 것, 전파가 차단되는 것, 기준이 수진을 봉쇄선에서 끌고 나오는 것, 등은 뭐 거의 똑같다 하리만큼 영화와 같은 거였다. 어찌보면 그렇게 전개될 수밖에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28이야 내가 접한 게 지금이고, 작가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훨씬 전일 것이고 감기도 찍기 시작한 것은 훨씬 전일 것이기에 어떤 것이 먼저 시작되었느냐는 알 수 없지만, 아직까지도 두 이야기가 이렇게  비슷한 것은 - 뭐 , 좀비물처럼 유행하는 소재일 수도 있지만- 아직 신기하다. 풀어가는 방법은 다르지만. 감기는 두 사람의 로맨스 중심. 끝없는 뛰어듬과 인간애. 등, 28은 그에 비하면 5명 주인공의 각각의 시각에서 전개해 나가는 감기보단 조금도 복합적인 전개라 할 수 있다.

 

B 개인적으로 스타를 향한 링고의 절절한 마음이 안타까웠다.  동해라는 사이코 적인 인물 역시 분명 이해할 수 없는, 7년의 밤에서 이름은 기억 안나지만, 부인과 딸을 향해 미친 행각을 벌였던 남자처럼, 인물이지만, 그 아이가 어렸을 때 당했을 만한 충격과 고통 역시 안타깝다.

그리고 분명, 소설이 얼마나 와닿나 하는 것은 각 독자 개인의 삶이나 경험과 관련이 큰듯. 한 독자는 개들의 죽음을 앞에 두고 눈물을 흘렸다 한다. 그러니.

 

C 속도감있게 빨려드는, 영화 한편을 보듯 생생하게 흡입할 수 있는 소설을 맛보길 원하는 이들에게.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