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오자마자 단숨에 읽어내려갔습니다.

지은이 '콜먼 맥카시'가 20여년간의 평화수업을 한 이야기들을 엮어서 만든 책이더군요.

책 소개에서 말했듯이 소년원에서 명문대학의 로스쿨까지, 그가 글쓰기 교사로써 학생들과의 만남과 수업을 소개하면서 평화수업의 내용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담장없는 학교에서 글쓰기 교사를 하고 있던 그에게 정식 수업의 의뢰가 들어오고, 글쓰기보다는 오히려 평화를 가르치고 싶다고 말하면서 그의 평화수업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소년원에서의 수업에서는 처음에는 이 수업을 들음으로 빨리 나갈 수 있게 되냐는 질문을 듣기도 하지만, 그의 수업을 듣는 소년원에 오게된 아이들의 처지를 알게 되지요.

그 후 워싱턴센터와 고등학교, 명문대학의 로스쿨에 이르기까지 평화수업을 전개하게 됩니다.

워싱턴센터에서의 수업에서는 수업에 쓸 교재의 값을 학생들에게 정하게 합니다. 그때까지 이미 교사에 의해 정해진 교재비용을 지불해왔던 아이들에게는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에 동요했지만, 그는 그날 수업에서 아이들을 칭찬해 줍니다. 아이들이 지불한 교재비용은 다양했고, 그 모두가 자신들이 결정했기 때문이죠.

또, 메릴랜드 대학의 우등생들과의 수업에서는 100달러짜리 퀴즈를 냅니다. 문제를 다 맞춘 사람에게는 상금으로 100달러를 주겠다고 말이죠. 여섯명의 인물에 대해서 맞추는 것인데,로버트 리, 율리시스 그랜트, 노만 슈워츠코프등 전쟁을 승리로 이끈 사람들에 대해서는 모두들 알고 있었지만, 저넷 랭킨, 도로시 데이, 조디 윌리암스 등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요.

 그리고 담장없는 학교에서의 수업에서는 아이들을 밖에 내보내고 지나가는 '빨간 자동차와 녹색 자동차의 대수를 세어 오라고 시킵니다. 모든 아이들이 아무런 의문없이 밖으로 나가서 시키는대로 하지요. 그 부분에 대해 그는 '남용하고 모욕적인 권력에 협조하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폭력이 평화를 가져온다고 말할 때 '아니오'라고 말하라고 가르칩니다.

 또, 명문 사립 고교생들과의 수업에서는 시험, 성적, 숙제와 같은 것은 두려움에 의한 교육을 나타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숙제를 내 주고, 시험을 치고, 성적을 매기는 등의 행위는 일종의 학문적 폭력이라는 것이죠. 오직 외부의 강압에서가 아니라 내면으로부터 열망이 우러나와야 한다고 덧붙입니다.

그리고, 명문대인 로스쿨 학생들과의 수업에서는 '정답'이라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져보도록 하는 수업방식으로 합법적으로 행해지는 '폭력'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방식의 수업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그의 수업가운데 평화에 관해서 엿볼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우선 수업에서부터의 '평화'지요. 누군가의 강압이 아닌, 스스로의 선택이나 의지에 의해 이뤄지는 수업, 그 가운데 평화가 있다고 말이죠.

 그의 수업에는 낙제가 없는 '마틴 루터 킹 기념 시험'이라는 것도 있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뒤 미국이  의원의 지원을 받아 전쟁에 참여했던 나라에 대해 기록해 놓은 것이 있는데, 답을 묻는 보기가 다섯개 있는데, 어느 것을 골라도 정답이 되는 문제가 있더군요.

사실, 저도 평화수업이라는 것을 접해봤거든요.

이런 식의 교육은 아니었지만, 제가 한동안 살게 되었던 일본에서 교육학에 대해서도 배웠고, 또, 초중고에서 가끔 평화수업이라는 타이틀하에 일일 게스트 티쳐로 초대받아 간 적도 있었답니다. 그들의 평화는, 이런 류의 평화수업은 아니었지만, 분명 전쟁과 평화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의 만행을 반성하고, 전쟁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평화교육이었거든요. 일본은 특이하게도 예전 우리나라가 애국심을 강조한 교육을 했던 것 이상으로 평화교육을 참 강조합니다. 아이들의 수학여행도 원자폭탄의 떨어진 '히로시마'나 '오키나와'로 정해져 있을 정도로 말이죠. 그들은 예전의 원폭흔적을 남겨놓고, 두고두고 돌아보며  전쟁에 대해 비방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본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주변국가들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그리 강조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  씁쓸한 생각이 들었지요. 그나마 제가 초대받아 간 곳의 학교들은 선생님들의 생각이 열려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만...점점 더 그런 시각에서의 교육은 어려워 보이기는 하네요.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평화는 비단, '전쟁과 관련한 평화'보다도 범위가 넓어서, 학교내에서의 강압적인 것,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것 등도 평화와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요. 또, 인종차별에 대해 또, 죄수들의 사형집행 폐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형집행을 당하는 사람들 중에는 무죄로 입증이 되기도 전에 이미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사람들 이야기도 나오고, 또 너무 어린 10대의 형집행 이야기도 나와 가슴이 짠해집니다.  물론, 옹호하느냐, 반대하느냐의 입장견해는 있을지 몰라도, 적어도 그런 것이 평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의 후반부에서는, 그의 수업에서는 수료아니면 낙제 라는 식의 평가를 한다고 소개합니다.

무엇을 공부했는가는 성적이 아니라 그 학생 자신만이 알 수 있는 것이라고 말이죠.

물론, 그의 성적매김에 의문을 재기하는 어머니가 등장합니다.

그 부분에서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A,B....F까지의 학점이 아니라 '단순히 수료'라면 이 책에 등장하는 어머니처럼 당황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을까...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요..

마지막으로 그의 제자들이 평화봉사단이 되어 활약하는 '열매' 이야기도 참 감동적이더군요.

책은 읽기에 난해하거나 하지 않고, 주욱 읽어내려갈 수 있는 문체로 되어 있답니다. 게다가 수업의 분위기가 전해져 오는 듯한, 소개방식의 글이어서 재미있어요.

오랜만에 참 좋은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일선에 계신 선생님들이나 교사를 지향하는 분들이 읽어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