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살아봤던 경험이 있어서 일본소설에 관심이 많이 가서 선택하게 된 <내 남자>.

게다가 일본에서는 권위있는 나오키상 수상작이라고 해서 관심이 갔다.표지에는 한 남자에게 딱 달라붙어있는 여인이 나오는 인상적인 그림에 눈길이 갔다. 책 뒷페이지를 보니, 책에 대한 평가들이 나와 있었다. 신문사 평가를 보니 심상치 않은 느낌이었다.

점심을 먹고 읽어볼 요량으로 주말에 이 책을 집어들었다. 가정주부라서 주말에는 남편과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니 좀처럼 책을 잡을 여유가 생기지 않은 때인데도 불구하고, 이 책은 왠지 자꾸만 빨려들어가는 느낌으로 몰입해서 읽어내려가게 되었다.

홋카이도 남서쪽에 위치한 작은 섬에 살고 있었던 초등학교 4학년인 ’다케나카 하나’는 갑자기 일어난 해일로 부모를 모두 잃고 고아가 된다. 그를 거둬준 것은 먼 친척뻘된다는 당시 27세의 쿠사리노 준고였다. 그렇게 둘의 동거가 시작되고, 양아버지의 관계에서 <내 남자> 준고가 되어가는데...

이야기는 현재 26살이 되어 ’오자키’와 결혼을 앞둔 ’하나’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점점 과거로 시점이 옮겨지는 이야기 구성이 독특하다. 미스터리 소설류는 아니지만, 미스터리처럼 점점 과거로 가면서 그들의 실체가 드러난다. 뒷부분으로 가면 갈수록 충격적인 그들만의 과거가 점점 드러난다. 스토리 중에는 ’냄새’라는 독특한 매개체도 느껴볼 수 있었다. 내 남자의 냄새, 하나의 냄새, 그리고 그 무언가의 냄새....

 보지 말아야할 판도라의 상자를 연것같은 심정으로 읽으면서 주인공들의 상황에 몰입되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왜 그들은 그렇게 되지 않으면 안되었을까 자꾸만 생각하게 만들었다. 읽는 내내, 해서는 안될 아찔한 사랑으로 맺어진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던 시간이었다.

일본 소설을 깔끔하게 번역해내는 김난주씨의 번역이라서 매끄러운 번역으로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하나’와 ’준고’의 만남이 시작되었던 홋카이도에서 실제로 해일이 일어났던 사건도 있었던지라 배경이 된 곳을 생각해가며 읽는 재미는 있었다. 눈덮힌 그곳에서의 첫 만남에서 스물여섯살이 된 하나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순간까지, 다 읽고 난 후에 책의 순서와는 거꾸로 이야기를 연결시켜보면 조금 더 이해가 될까 생각했는데, 전반적인 이 소설의 느낌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아마 일본의 문화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의 문화와는 다른 근친상간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사실 일본에 있을때 일본에서는 좀 더 다른 시각이 있는 듯 했기 때문이다. 
90년대였던가, 일본에서 화제가 되었던 영화중에서 비슷한 내용은 아니지만,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19금 등급도 아니었는데, 그 영화에는 이 책의 준고와는 다르지만, 위험한 느낌의 가족사를 다루고 있어서 충격이었다. 

아뭏든, 소설 자체의 구성과 글의 짜임새는 무척 잘 짜여진 느낌이 들지만, 기분이 썩 좋은 내용은 아닌듯하니 골라서 보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