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도토리 민화관>으로 되어 있는 이번 편에는, 제목과 어울리는 민화같은 이야기가 속속 등장을 합니다. 이번 작품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읽어본 호시 신이치님의 작품 속에는, 해학도 담겨 있고, 유쾌함도 있고, 또 지구의 미래에 관련된 통렬하면서도 읽고나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이야기들도 있고 참 다양한데요. 한권의 책에 담긴 쇼트쇼트 스토리가 30편이 넘는다는 장점도 지닌 책이라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에요. 다양한 모양의 초콜릿이 든 상자를 받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하나 하나 읽기에도 쉽고, 어려운 단어도 별로 없어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아요.

단,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내용도 있지만, 읽고 나서 조금 생각해 봐야하는 내용도 있더라구요. 읽는 동안 즐거움이 있지만, 진한 여운과 함께 한동안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무언가가 남는 내용이라고 할까요.

 

이번 편에서는 책의 전반부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제목과도 일치해서 참 재미있었어요. 도토리 민화관이라고 붙어있는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좀 생소하다고 느꼈거든요. 도토리라고 붙인 건, 아마도 친숙한 느낌이라서 그럴까요? 아니면 토속적인 느낌이랄까 그런 부분이 좀 작용하는 듯한 느낌이었고, 민화관이라고 붙인건 이야기 전반에 걸쳐 민화와 같은 느낌의 이야기들로 구성이 되어서 그런 것 같더군요.

 

첫편부터 오묘하면서도 느낌이 강렬하더군요. 길게 줄을 선 사람들 틈에서 자신도 줄을 서 있는 어느 남자의 이야기랍니다. 무엇때문에 줄을 섰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던 그는 뜻밖에도 친절한 사람을 만나서 앞줄로 가게 되고, 그곳이 천국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요. 그런데 변화가 없이 지루하게 느껴지고 또 예의 그 친절한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어 이번에는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게 됩니다. 결국 그곳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그는 현세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랍니다.

또 <비밀>이라는 이야기에서도 평범했던 회사원이 이사를 하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가게를 시작하게 되고, 뜻밖에도 가난의 신을 만나 도움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약속 한가지가 있었으니 이 일을 절대로 타인에게 말해서는 안된다는 약속이었지요. 그렇게 비밀을 지킬 때는 번창하던 가게일이 아내에게 발설을 하고 말자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듯, 이야기에는 재미뿐만 아니라 생각하게 하는 무언가가 꼭 있더라구요. 이솝우화처럼 교훈을 주는 이야기도 있고, 유쾌한 이야기, 때로는 섬뜩한 스토리도 있어서 재미있어요.

휴가철에 이 책을 들고 가서 읽었거든요. 심심함을 달래는데도 아주 좋더라구요. 이야기가 짤막짤막하니 한편 읽고 잠시 쉬고 또 한편 읽고 하는 식으로 읽다보니 어느새 한권을 다 읽었더라구요.

요즘같이 더운 여름, 휴가철에 한권 들고 가면, 짬짬히 무료함도 달래줄뿐더러 더욱 알찬 시간들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라 권해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