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작가의 말을 열고 읽어보았는데, 내용의 구도가 참 특이하더군요.

 작가의 말을 안 읽었더라면 읽는내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건가 의심하게 될 것 같았어요.

동물원에서 사는 동물들이 탈출하는 스토리의 '마다가스카'라는 애니메이션이 있었지요. 사자가 날 스테이크를 받아먹고 재주를 부리는 그 모습, 야생의 모습에서는 없는 그런 부분들이 익살스럽게 표현된 '마다가스카'는, 동물원에서만 살던 동물들이 탈출을 했다 다시 원래 동물원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인데요. 이 책은 그 반대의 컨셉이라고 할까요?

인간들의 계획에 의해 야생보호구역이 파헤쳐지고, 결국 그곳에서 보금자리를 틀고 행복하게 살던 너구리네 가족들이 불행을 겪게 됩니다. 아빠너구리는 사냥꾼의 총에 맞아 박제가 되었고, 엄마너구리는 지나가던 차에 치여 죽고, 네마리의 너구리는 뿔뿔이 흩어져야 했지요. 엄마 너구리의 유언처럼 둘씩 둘씩 짝지어 흩어지기로 한 너구리 형제들. 그 중 꼬리별은 희귀종으로 태어난 하얀 너구리 동생 흰눈이를 잘 챙기는데, 같이 행동하기로 합니다. 먹을 것이 없어 인간이 사는 곳까지 내려와 쓰레기통을 뒤지다, 이미 도시에서 살고 있는 폼생이와 그의 여자친구 초롱이라는 너구리를 만나게 되지요. 그리하여 동물원이라는 시설을 알게 됩니다. 야생으로 살던 그들에게 동물원은 낯설지만, 결국엔, 야생으로 살아가기 힘든 흰눈이는 동물원에서의 삶을 택하게 되지요. 사육사의 특별한 배려를 받으며, 꼬리별과 폼생이, 초롱이와도 가끔 만나면서 말이지요.

 

이 책을 통해서 우리나라 토종 너구리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오동통 '너구리'에 나오는 너구리는 미국 너구리인 라쿤이라네요. 생긴것이 좀 다르다고 하고, 너구리의 습성도 책을 통해 자세하게 전하고 있어 너구리의 생태에 대해서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만들어진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입니다.

솔직히 놀라운 발상의 동화가 아닐 수 없어요. 동물원의 차디찬 콘크리트며 훈련을 혹독하게 받는 코끼리의 이야기도 나와서 부정적인 측면이 강한 동물원에 가게 된다는 이야기니까요. 희귀종인 흰눈이는 눈에 띄기 쉽고 몸이 약하기 때문에 야생에서 살아남기가 힘들어, 보호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라는 측면에서 동물원에서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설정이 참 독특하답니다.

동물원에 가서 무작정 동물을 보며 환호하는 아이들이 읽으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은 한권이에요.

지금 부각되고 있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와 동물원을 새롭게 보는 시각을 가지게 될, 중반부에는 좀 슬프면서도 마지막까지 읽으면 따뜻한 느낌을 받는 동화 한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