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한내에 썼는데 북피니언에 써서 나중에 확인하고 옮겨서 날짜가 넘어갔네요..***

철학동화라 하여 너무 여럽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다른 동화책과 마찬가지로 그림동화같은 것이었어요.

 ’죗값 치른 악마게와 까마귀’라는 책과 ’멀리 보지 못한 부자’의 두권을 받았습니다.두권 다 국내의 작가분들이 쓰신 동화인데도 두권모두 다른 나라의 전래동화같은 느낌이었습니다.

1.죗값 치른 악마게와 까마귀

이 책에는 두가지의 내용이 들어있더군요. 하나는 악마게의 이야기가 나오고, 두번째는 까마귀이야기였습니다. 표지에 등장한 악마게의 변신은 너무 무서웠는지 아이가 겁을 내더라구요. 머리가 아홉에 눈이 천개씩달린 괴물이 등장했기 때문이지요. 책 내용 중에는 ’바라’’제석천’과 같은 단어가 나옵니다. 초등학생들에게 읽히기엔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듯한 단어였어요. 밑에 주석이 달리긴 했지만, 뜻을 이해하기에는 어른인 저에게도 어렵더라구요. 국내 창작인 것 같은데, 내용은 다른 나라의 이야기 같았어요. 코끼리가 등장하고 제석천이 등장하고, 그림도 모스크 사원같이 생긴 건물들이 등장합니다. 어느 나라의 신화인 줄 알았는데, 그런 언급도 없구요. 내용도 좀 난해한 것 같았어요.

내용은 아주 커다란 악마게가 살고 있었는데, 물을 마시러 온 동물들을 위협하지요. 어느날 코끼리떼가 물을 마시러 왔다가 한마리가 그만 당하고 맙니다. 그걸 본 코끼리 대왕이 꾀를 내어 마침내 악마게를 밟아서 물리치는데, 집게발이 떨어지면서 하나는 머리 아홉에 눈이 천개씩 달린 아수라 왕에게 발견되어 ’바라’라는 걸로 사용되어 천둥같이 쾅쾅 소리를 냅니다. 싸움을 거는 줄 안 하늘의 군대가 내려와, 결국엔 아수라왕이 당해내지 못하고 바라는 제석천의 손에 들어가 번개를 칠때 천둥소리로 사용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하나 까마귀라는 제목의 이야기는 새장에서 사는 비둘기를 따라 까마귀가 장자네 집에 가서 살게 되었는데 비둘기와 같이 부엌에 새장을 만들어 주지요. 착한 척 하다가 부엌에 있는 고기와 생선을 탐내다 결국엔 털을 뽑히고 소금이 뿌려져 새장에 갖힌다는 이야기입니다.

두 이야기 모두 참 난해하더군요. 아이들의 눈에는 재미있게 읽힐 만한 요소인지 몰라도 어른인 제가 보기에는 참 이해하기 어렵더군요.

뒷면에는 ’죄지은 곳에 벌도 있다’라는 곳을 읽으니, 드디어 이해가 되더라구요. 죄를 지으면 응당 벌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였어요. 어쩌면 이 책의 이야기들은 교훈적인 이야기라기 보다는 겉이 화려하고 아름답다고 해도 하는 짓이 사람답지 못하면 환영받지 못한다는 이야기와, 까마귀의 이야기에서는 아양을 떨고 착한 척해도 행동이 올바르지 못하다면 아무리 가리려고 해도 가려질 수 없다는 이야기랍니다.

아이가 이해하는 것은, 일단 악마게가 등장하고 악마게가 나쁜 짓을 한다는 것과 코끼리가 악마게를 응징하는 것, 그리고 악마게의 집게가 천둥소리가 된다는 것에 참 신기해하는 것 같았어요. 뒷면을 읽은 다음, 책 내용에 대해 물어보았죠.

’악마게는 어떤 게였는지, 어떻게 됐는지 줄거리에 대해 물으니 처음에 어려웠던 단어들은 문제가 되지 않더군요. 아이의 눈으로 봤을 때는 무척 신기한 동화였나봐요. 천둥소리를 내는 집게에 대해 더 관심이 가는가보더라구요. 천둥소리를 내면 무섭다고, 나쁜 짓을 해서 그런거라고 그러더라구요.^^ 아이가 엄마보다 더 잘 이해하는 것 같아서 놀랐답니다.

2.멀리 보지 못한 부자

이 책도 앞의 책과 마찬가지로 지은이가 한국인인데도 불구하고 외국의 전래동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그림도 사막과 회교의 나라를 연상하는 그림이었답니다.

내용은 돈이 많은 부자가 늙도록 자식이 없자 아이를 주워다 기르려고 합니다. 그런데 어떤 부인이 먼저 데려가지요. 그래서 아기를 데리고 오기 위해 돈을 주고 데리고 와서 사랑으로 키웁니다. 그러다 자신의 아기가 태어나지요. 부자는 고민하다가 쓰레기 구덩이에 버리자 온갖 동물들이 보살핍니다. 양치기가 그걸보고 귀한 아기라고 생각해 데려다 길렀더니 하늘이 내려준 아이를 얻었다며 소문이 나지요. 그러자 부자는 아이를 데릴러 와서 돈을 주고 데려갑니다. 마찬가지로 아이를 버렸다 다시 데리고 가기를 반복, 그때마다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고 총명해 집니다. 그러다 같이 키우게 되는데, 또 변심한 부자는 대장장이에게 아이를 죽여달라고 편지를 써서 데리고 온 아이에게 주고 가라고 하는데, 부자의 친아들이 대신 가겠다고 나섰다 결국엔 풀무불에 죽고 말지요. 그래서 또 아이를 버리기로 결심한 부자는 별장지기에게 편지를 써서 죽이라고 하지만, 앞일을 내다볼 줄 아는 바라문을 만나 결혼식을 하게 되고, 부자는 홧병에 죽고 맙니다.

이 책도, 위의 책과 마찬가지로 교훈적이라고 하기보다는 상당히 철학적인 내용이 가미되어 있는 이야기 같았어요. 위의 책 보다는 내용이해가 쉽긴 하더라구요. 결국,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식의 잇속만 생각하다 돈은 돈대로 들고, 아들까지 잃고, 결국엔 본인도 홧병에 죽는다는 이야기이죠.

이 책을 아이와 읽으면서 부자는 참 나쁜 사람이다. 라고 그러더군요. 부자가 아이를 데리고 같이 살면 되지 왜 또 버리냐고 묻더군요. 아이의 눈에는 참 이상한 일이라고 여겨졌나봐요. 그러면서 엄마 아빠랑 같이 살아서 좋다고 말하더군요.

두권모두 뒷면에 교과서와 연계해서 기록해 놓은 부분이 있어서 초등학생을 둔 부모에게는 이야기를 통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좋은 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림도 흥미롭고 다른 나라의 신화나 전래동화같은 분위기가 나서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어요. 특히, 첫번째 책은 표지는 무서워했지만, 신비스러운 이야기에 그림책처럼 보면서 재미있어하더라구요.

철학이란 이야기에 아주 어렵게만 여겨졌던 부분이 아이들에게 가깝게 다가오는 그런 이야기들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기존의 권선징악적인 이야기들과는 차원이 다른,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드는 책인 것 같아요.

요즘같이 읽어야 할 책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사는 아이들에게, 단순히 읽고 넘어갈 책이 아니라 다양한 사고방식을 키워주고 생각을 넓혀 줄 좋은 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두고두고 읽히기에 좋은 책이라서 반가웠습니다.

새로운 책을 접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