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참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 사실, 나는 미스터리나 소설 중에서도 유모어나 위트가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선호하는 편인데, 이번에 만나본 책은, 미스터리도 소설도 아닌, 그림에 관한 책이었다.

그림에 대해 내가 아는 지식은 거의 전무한 편이다. 학창시절 배운 것도 거의 잊어버리고 살아가니 말이다. 그런데도 이 책은 간만에 한자 한자 빠뜨리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어내려간 책이다.

이 책은 본인을 왕초보 개미 애호가라고 칭하는 이충렬님이 쓴 책이다. 게다가 이 분은 국내에 머물고 계신 분이 아니라 애리조나에 거주하는 이민중이신 분으로, 이 책에서는 소장하게 된 그림들 중에서 대개 한국인 화가나 한국적인 작품 중에서 그 그림들을 만나기까지의 일화와 그림에 대한 이야기, 또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놓고 있었다.

그림 하면 보통 경매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며, 또 꽤 고가일거라고 선입견부터 가졌던 것 같다. 그런데 이책을 통해 그림을 소장하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선, 그의 책 서두 부분에보면, <화랑문턱 넘기, 인터넷 홈페이지를 활용해보자>를 통해서 그림을 인터넷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개미애호가’란, 그의 책속에서 느껴보건데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들이  적은 금액의 그림으로부터 시작하는 애호가를 지칭하는 말인 것 같았다. 그림을 처음 사는 애호가라면 실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화랑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거기 소개된 그림을 보고 큐레이터에게 연락을 해보라고 권하고 있었다. 또한 정적 금액의 그림을 부탁해보는 것도 방법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또한 그림을 구입하기 전에 안목을 갖추고 싶다면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서 화랑이나 전시장을 다녀볼 것을 권하고 있다.

이렇게 그의 첫 작품을 시작으로 한점 한점 그림 사진을 곁들여가며 소개를 하고 있는데, 글을 읽는 동안, 이분이 정말 개미애호가일까 하는 의구심도 들 정도로 알찬 느낌이었고, 무엇보다 나와같은 초보에게도 참 알기 쉽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을때 화랑의 큐레이터를 통해서 그림에 <빨간 딱지를 붙이는 법>과 단골 애호가가 되면 누릴 수 있는 할인혜택과 개미애호가 답게 자금이 여유치 않을 경우 나누어서 내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는 사실도 소개하고 있다. 또한, 그가 미국 애리조나에 살면서 한국의 전시회를 통해서 그림을 소장하는 법도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참 그림을 사랑하고 열정적인 분 같았다. 그가 소장한 작품 중에는 뜻밖에 만나게 된 미술애호가들도 만나기 어려운 작품도 있었다고 한다.

특히, 그의 이야기 속에는 가족이 함께보는 그림이라는 이야기가 등장을 한다. 그는 그림을 선택할때 어느 정도 주제를 가지고 소장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한 주제의 그림은 서너점이 적당하다고 조언한다. 그도 처음에는 가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그림을 모았고, 또 그 뒤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그림을 찾았다고 한다. 그리고 후에는 가족들이 그림을 나눌수 있도록 각자의 취향에 맞는 그림을 선택하는 등, 개미애호가 답게 경제적인 면에서 그림을 모으는 것도 가족들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조언하고 있다.

그가 소장한 그림들을 보면서, 참 그림이 쉽게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우리집에는 아이아빠가 후배에게서 얻어온 아마도 이 책에서 말하는 크기로 가늠해서 2호정도 될만한 작은 크기의 고흐의 습작이 전부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애호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좋은 그림을 한두점은 소장하고 싶어진다. 그때가 되면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아니, 지금부터라도 그림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애호가의 열정이 느껴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