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만, 초등학교 시절 문예반으로 발탁되어 글짓기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작문 글들은 많이 작성해 보았어도 동시를 많이 읽지 않았던 것 같다.  교내 산문집에 실렸던 동시가 있었는데, 그때는 교장선생님이 그런 쪽으로 열심이셔서 교장실로 불려가 내가 썼던 동시를 평가해주시고 고쳐주신 기억이 있다. 나름대로 열심히 쓴 동시였는데 그게 어린마음에는 내 마음을 잘 이해해주시지 못한거 같아서 또 속상했던 기억도 난다. 아뭏든 그 이후로 겉멋이 들어서인지 동시보다는 어른들의 시를 더 읽어보려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건 아마도 좋은 동시집을 많이 접해보지 못한 무지함에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지.

사실 고학년때는 내 나름대로 동시를 지어보고, 그 당시 또래 여자 아이들과 함께 그림이 예쁜 연습장 하나씩 마련해서 싸인펜으로 그림도 그려넣고 해서 동시보다도 당시 어른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던 시를 베껴서 쓰거나 내 멋대로 동시를 써보기도 했던 기억은 많이 있다. 지금은 남아있지 않아 어떻게 썼는지 기억도 안나지만 말이다.

 

그렇게 어린시절 좋은 동시집은 많이 만나보지 못했는데, 요즘 푸른책들에서 나오는 좋은 동시집들을 만나보니 내 어린 시절에도 있었으면 좀 더 동시에 애착을 느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동심을 담은 느낌이 좋은 동시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어서 동시가 단지 유치하게 느껴졌던 겉멋 든 마음으로 보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참 좋은 동시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저기 저 나무에만 둥지를 틀었을까>라는 동시집은 제목처럼 동시를 읽고 생각해볼 수 있는 긴 여운을 남기는 동시들이 참 많이 수록되어 있다.

의문형으로 된 동시들이 많이 수록되어, 시인의 동시를 통해서 궁금증을 가지게 되고, 또 동시 속에서 또 물음으로 끝맺기도 한다.

 

몽돌  -이 정환-

 

매끌매끌 동글동글 / 누가 다듬었을까요?

 

이리 봐도 동글동글 / 저리 봐도 동글동글

 

어떻게 / 살아왔냐고요? / 말 안 해도 알겠죠?

 

동시를 읽으면서 그 느낌을 생각해보고 또 시인의 의문에도 답해보며 읽어볼 수 있는 참 재미있는 동시들이 많은 것 같다.

 

이 동시집에는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는 <혀 밑에 도끼>를 비롯해서 7차 교육과정 국어교과서에 실렸던 <친구야, 눈빛만 봐도>와 초등학교 교사용 지도서에 수록되어 있다고 하는 <검정 비닐봉지 하나>, <될성 부른 나무> 등 동시들과  동시조가 68편이나 수록'되어 있다.

 

 

운율이 담긴 동시들과 우리 고유의 가락인 동시조의 느낌으로 소리내어 읽어보면 더 맛깔스러운 동시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예쁜 삽화와 함께, 4부로 나뉘어 소개되어 있는 구성으로 동심의 눈으로 바라보며 느꼈을 재미난 동시와 교실 모습이 담긴 재미난 동시들이 아이들에게 공감을 가져다 주어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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