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생소하고 신기하게만 느껴졌던 경기, 컬링.

처음 그 경기를 TV에서 봤을 때 참 독특한 경기라고 생각했다. 남편이 TV에서 보고 있는걸 우연히 같이 봤는데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개인 경기도 아니고 4명이서 조를 이루어 스톤이라고 하는 어찌보면 로봇청소기 같이 생긴 돌을 얼음판에서 날렵하게 밀어 원 안에 집어 넣는 경기였는데, 브러쉬 같은 걸로 열심히 바닥을 쓰는 사람들에 다른 탐의 스톤을 밀어내고 원  중앙에 안착시키는 모습이 참 재미있게 느껴졌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컬링 경기를 TV에서 열심히 봤던 기억이 있긴 했는데, 그래도 컬링은 생소한 경기라 그런지, 제목에 <그냥, 컬링>이라고 적혀 있어서 처음엔 그 컬링과 연관지어 생각하기가 좀 힘들었던 것 같다. 이 책 속 주인공 소년처럼 말이다.

주인공 소년 '차을하'는 그걸 파마머리하는 컬링으로 알았을 정도니깐 아직은 생소한 스포츠임에 틀림없는 것이지만, 이렇게 책으로나마 컬링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참 특별하고 의미있는 일인 것 같아서 참 좋았던 첫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열심히 내일을 꿈꾸며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한껏 느껴볼 수 있어서 마음이 흐믓하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어른들의 잣대와 권력을 가진 오만한 사람들때문에 꿈이 좌절될뻔한 모습에 마음아팠다.

 

일단 책 속 주인공들의 이름이 참 독특하고 기발해서 작가님께 별 하나를 더 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말도 많고 빼빼 말라서 보기만 해도 우스울 것 같은 이름이 평범한데도 별명이 쉽게 만들어질 만한 서인용은 빼빼말라 며르치로 불린다. 그리고 이 며루치와 함께 먼저 컬링을 시작한 산적 강산은 남달리 포스가 느껴지는 무게감의 별명인데 책을 읽으면서 초반부에는 진짜 이름보다 산적이라는 별명이 더 뇌리에 남아 진짜 이름을 나중에 알고 다시 봤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차을하는 으랏차라는 별명을 가지고 정말 으랏차하는 인생으로 탈바꿈해 가는데, 그의 동생은, 피겨 꿈나무로 김연아의 이름과 닮은 이름 연화로 등장하는게 또 작가님의 작명 센스에 재치가 느껴졌다.

 

피겨 꿈나무인 동생 뒷바라지에 엄마의 관심은 몽땅 연화에게로 가 있어 연화를 위해 상경한 가정, 아빠는 지방에서 회사일을 하시고, 가정에서 슬슬 눈치를 살펴가며 살아가던 을하에게 어느 날 컬링을 하자고 제안하는 며루치와 산적이 찾아온다.

처음에는 의아해하며 시큰둥해 하지만 컬링을 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을하. 하지만 네명의 선수가 한 조를 이루어야 하는데 팀원이 한명 부족하기도 하고, 자금의 여유도 연습할 컬링장도 맘대로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여서 좌충우돌한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대회 한번 나가기 위해 힘든 상황을 극복해가며 정진하는데, 산적이 원래 야구 꿈나무였다는 것과 그의 재능을 시기하는 남궁최강의 방해로 컬링 경기 출전은 물론 학교에서 퇴학당한 위기에 놓인다......

 

한편 피겨 꿈나무를 꿈꾸며 매일같이 맹연습을 하던 연화에게 좌절과 슬럼프가 찾아오지만 오빠의 컬링 도전을 통해서 조금씩 해소되어가는 모습도 따스한 가족애와 함께 서로 스포츠를 통해서 발전해가는 모습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비인기종목인 컬링을 왜 하냐고 묻는 물음에 "그냥"이라고 답하는 그들.

그래도 폼 안나고 답이 없는 상황에서 컬링을 통해 숨을 트여가며 열심히 청춘의 질주를 하는 주인공들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사회는 강자에 편에 서서 약자에게 등을 돌리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컬링을 하기가 참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들의 삶을 통해 희망찬 미래를 위한 도약을 느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책 속에서 컬링에 대해서 소개하는 부분이 노골적이지 않으면서도 컬링이라는 스포츠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재치와 유머도 있고 즐거우면서도 가슴아프고 화나고 뭉클한 그런 감동이 있는 소설인 것 같아서 참 재미있게 읽어본 책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따스한 햇살같은 감동과 용기를 심어줄 것 같은 참 좋은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