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살. 그 때 나는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한지 2년째 되는 해였다.

일본에서는 만 20살이 되면, <성인의 날>이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어, 전국 각지에서 성인식 행사를 한다.

나도 일본에 있었기에 외국인들도 시에 등록이 되어 있어서인지, 만 20살 성인식 행사에 참여하라고 시에서  연락을 받았었다.

젊은이들이 입는 전통 의상차림으로 곳곳에서 성인이 된 것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고, 마치 축제분위기가 느껴지는 '20살'을 맞이하는데, 20살을 기념하듯, 돌사진처럼 사진 스튜디오에서 전통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어두기도 하고, 20살의 생일을 특별한 날로 여기는 듯 했다.

오쿠다 히데오의 <스무살 도쿄>의 스무살이란, 그런 느낌도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19에서 20살로 넘어가는 경계, 어른이 되어 고향과 부모님 품을 떠나 도쿄에서 생활해보고자 하는 첫 출발. 그래서 더욱 이 소설이 궁금했다. 나의 스무살 청춘을 돌이켜보기에도 참 좋은 소설인 듯 해서 더욱.

 

이 책에는, 20살에서 30살 즈음까지, 일기를 보듯한 에피소드가 날짜별로 등장하는 것이 참 흥미롭다.

단 6일간의 제목이지만, 특별한 날을 기점으로 제목이 붙은 듯 하다.

- 도쿄에 있는 대학을 다니는 다무라 히사오의 대학생활, 그리고 연극부에서의 추억, 고야마 에리와의 풋풋한 첫사랑의 느낌이 담겨 있는, 레몬_1979년6월2일.

-앞의 이야기보다 조금 더 과거로 돌아가는 18살에 도쿄 상륙기를 그린,  봄은 무르익고 1978년4월4일.

-아버지의 사업이 도산하여, 대학을 중퇴하고 카피라이터로 직장생활을 하게 된, 그날 들은 노래 1980년12월9일.

-나고야 올림픽이냐 서울 올림픽이냐 갈림길에 선 1981년. 신입 직원을 거느리고 좌충우돌 직장생활을 그린, 나고야 올림픽 1981년 9월30일.

-어머니의 주선으로 어쩔수 없이 첫 맞선을 보던 날, 그녀가 갈아 신었던 하이힐의 느낌이 재미있는, 그녀의 하이힐 1985년 1월15일.

-30살 즈음하여,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사무실을 꾸리고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겪는 일상과 연인, 그리고 버블 경제의 막바지에서 외로운 고다 사장, 결혼식을 앞 둔 친구의 모습 등을 통해, 청춘의 끝을 맞이한 베첼러 파티 1989년 11월10일.

 

그렇게 30살로 청춘을 마감하고? 있는 이야기가 부담감없이 담담히  전개되는 구성방식이 꾸밈없이 스트레이트로 전해져서 참 마음에 든다.

 

나의 20대를 주욱 돌이켜보며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사실, 1979년이면 내가 초등학교 막 입학했을 때이다. 59년생 다무라에게는 풋풋한 청춘으로 그려지는 그 시절이었지만, 코흘리개였던 어린 시절이랑은 조금 다른 느낌이랄까.

주인공 다무라 히사오를 통해, 당시의 캠퍼스의 모습과 대학생들의 생활, 그의 재수생활에서 느껴지는 도쿄의 모습, 직장생활의 초반부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게 된 30살 즈음까지, 하나하나 놓치기 쉬운 기억들을 모두 모아담아 연결해보는 연결고리같은 느낌이랄까.

무엇보다, 오쿠다 히데오의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하니, 더욱 흥미진진했다.

 

88올림픽 부분에서는 나고야와 경쟁을 벌였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낯선 단어들을 통해 당시의 도쿄를 가늠해 볼 수 있어 재미도 있었다.

특히 직장생활 중반부에 후배들을 거느리고 좌충우돌하는 부분은, 나의 일본에서의 직장생활과도 오버랩되는 느낌이 들어서 반가우면서도 얼굴이 달아올랐다. 나도 3년차쯤 되었을때 신입때 생각하지 못하고, 후배들을 힘들게 했던 기억이 나서 말이다.

이야기 중, 히사오의 어머니가 했던 말 "...참말로 좋다, 청춘이란~" 나고야 특유의 사투리가 생각나면서, 방금 막 귓가에서  소용돌이치듯 들려오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첫 느낌부터 부담감이 없이 읽을 수 있는 <오쿠다 히데오 작-스무살 도쿄>. 풋풋한 청춘의 그날을 기억하며 읽기에도 좋고, 앞으로 펼쳐질 20대를 위해 미리 읽어두어도 좋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참에 다른 작품들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솟구치는 재미있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