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에서 옛 이야기를 소재로 한 책이 나왔다고 해서 기대가 많이 되었습니다.

어릴 적 읽었던 전래동화나,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의 전래동화랑 비슷한 이야기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첫번째 이야기부터 색다르더군요.

우선 읽으면서 느낀 점은, 우리 할머니처럼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구어체가 참 마음에 들더군요. 이야기의 도입부에는 옛 이야기가 주는 느낌과 주제에 대해 짧게 설명을 하고 들어가는 식의 구성인데, 마치 옆에서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듯한 정겨운 느낌이었어요.

이야기도 길어서 지루한 느낌이 아니라, 큰 글씨로 두어 페이지 정도여서 짤막짤막하면서도 스토리가 짜임이 참 좋더군요. 끝 부분에는 짤막하게 마무리 되어 구차한 느낌이 없이 깔끔하고, 컬러로 된 삽화가 한 페이지 가득 등장을 하는데, 이야기의 주제에 맞게 아주 잘 표현되어 있어 재미를 더해줍니다.

글씨를 읽을 수 있는 아이들에게는 충분히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글인 것 같아요.

조금 어려운 말에는 뜻도 달아 놓아서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볼 수 있답니다.

우리의 옛 이야기가 지닌, 해학과 교훈, 그리고 권선징악적인 요소가 담겨 있어서, 유익한 책인 것 같습니다. 서정오 선생님의 글로 담아놓은 보리의 <입춘대길 코춘대길>은 색다른 느낌의 옛 이야기라서 읽는 내내 즐거웠어요.

아이들에게도 즐거운 봄철과 관련된 이야기를 주제로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는 옛이야기입니다.

서정오 선생님의 말씀처럼, 꼭 봄에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책 속에 나타난, 봄철과 관련된 꽃이나 식물들을 만나볼  수있는 "보리"만의 특징을 담은 구수한 옛이야기 모음집이었습니다.

책에는 제목에 나와 있는 <입춘대길 코춘대길>을 시작으로 모두 30편의 옛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요.

여우의 잔꾀가 오히려 여우의 주둥이가 하얗게 되었다는 <흰 똥 묻은 여우 주둥이>, 여러 사람이 있는 가운데, 혼자서 꿀떡을 먹을 꾀를 생각해 낸, 해학이 담긴 <꿀떡꿀떡 혼자 떡먹기>, 산삼을 소재로 한 <구렁이가 먹은 신기한 풀>, 저승사자를 찾아가 9살 밖에 못 산다는 늦둥이 아들의 나이를 99세로 바꿀 수 있었던 노부부의 이야기가 담긴 <나이를 고친 아이>....등등 다양한 이야기에 어른인 저도, 초등학생 조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포옥 빠져 있었어요.

호랑이와 여우, 개구리, 보릿 고개 등등 다양한  우리 옛 정취가 느껴지는 내용을 담고 있더군요. 특이한 것은, 달팽이가 등장하는 이야기도 있었거든요. 우리 옛 이야기에서 달팽이를 소재로 한 이야기는 처음 만나는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며느리밥풀, <다마라꽃의 이슬> 등 꽃에 얽힌 이야기도 등장해서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면 어릴 적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옛 이야기의 구수한 느낌이 도는, 옛 기억도 아른아른,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