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기 전에는 몰랐다. TV 속 간호사나 의사들이 갓 태어난 아기를 엄마에게 안기기 전에 꼭 확인하던 발가락, 손가락의 갯수의 의미를.

엄마가 되고 나서야 알았다. 내 아이가 숨쉬고 뛰놀고 건강하게 웃을 줄 알며, 옹알이로 시작해서 이제 상의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성이란, 혹은 부성이란 내 아이를 위해 어떤 희생도 불사하지 않을만큼 애틋한 것 같다. 병원 간호사들이 아기를 처음 건내주며 손가락 발가락 갯수를 이야기하며 정상으로 잘 태어났다고 알려주는 대목이 있는데, 아이가 건강하고 정상적으로 잘 성장한다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라 감사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아이의 잦은 병치레로 이미 경험한 바이다. 자라면서 건강해지는 모습, 그리고 밝게 웃는 모습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아마도 부모라면 느끼지 않을까.

 

그렇게 소중한 아이일진대, 어디가 잘못된 것일까.  혈연으로 얽힌 부모 밑에서 자라는 불행한 아이들이 있는가하면, 또 한편으로는 가슴으로 낳았다고도 표현하는 입양을 통해서도 따스한 가정을 이루고 행복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는데 이 책 속의 가정사에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표지 디자인은 한 소녀의 핑크빛 옷과 들고 있는 목걸이가 무언가 암시를 하는 듯한 느낌으로 호기심을 자아낸다. 그런데 <침묵의 무게>라는 제목이 무겁게 표지 너머로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우선 등장인물의 이름과 소개를 본문이 시작하기 전에 소개하고 있으며, 적게는 1페이지에서 2-3페이지 정도로 나뉘어져 각각 등장인물의 이름으로 소제목이 붙으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참 독특한 전개 구성이다.

 

8월의 어느 조용한 아침, 새벽에 일곱살 소녀 두명이 갑자기 사라진다. 한명은 선택적 함묵증으로 말을 못하는 칼리와, 칼리의 절친이며 칼리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소중한 친구인 페트라이다. 둘은 같은 날 새벽에 집에서 사라지게 되는데, 이 둘을 찾으며 서서히 그 가족들과 주변인들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마침내 두 아이를 찾게 되는데 충격적인 반전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선택적 함묵증에 걸리게 된 이유가 궁금해져서 책을 무척 속도내어 읽어보게 되었다.

우선 칼리의 이야기에서는 4살때 선택적 함묵증으로 말을 하지 않게 된 그녀에게 엄마는 늘 자상하기만 했지만, 알콜 중독자이며 의처증이 심하고 폭력적인 아빠인 그리프는 늘 그녀에게 공포의 대상이 된다. 아이들 때문에 이혼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엄마 안토니아가 셋째를 임신하고 만삭인 상태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으로 인해 아이가 조산된날부터 선택적 함묵증이 걸리지만, 안토이나는 그 이유가 단순히 칼리의 동생이 될 아기의 유산 때문이라고만 생각한다.

한편, 칼리가 서서히 마음을 열어간 절친이자  절친이자 소울 메이트였던 친구 페트라는, 칼리와 같은 숲에서 발견되는데 칼리의 아버지와는 대조적으로 페트라의 아버지인 마틴은 애타게 딸을 찾아 헤매는 모습에서 부정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두 소녀와 그 주변인물들을 통해서 전개되는 이야기에는 모두 충격적인 반전이 있었으니......

 

2009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와 2009년 데뷔작 중 최고의 소설로 꼽혔다는 이 소설은 튀틀린 가족사를 통해서 가족의 의미와 책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며, 지금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가정에서의 폭력이나 아동 학대와 아동 성폭행 등을 다루고 있다.

 

쉽지 않은 이야기를, 독특한 전개 방식으로 섬세하게 전달하는 느낌이다. 책 제목또한 책 내용을 대변하는 것 같아서 역시 베스트인 이유가 있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특히 딸을 키우는 부모들에게는 한시도 마음을 놓을 틈이 없을 것 같은 요즘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되어야 할 아버지가, 혹은 가장 신뢰했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한순간에 모질게 돌변할 수 있다는 것에 경악하게 만든다.

비록 소설이긴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는 장담하지 못하는 요즘이기에 마음이 아파왔다.

가족간의 사랑도 함께 느껴볼 수 있는 구성이어서 희망이 느껴져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씁씁한 결말에 마음 아팠다. 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이들에게 한번쯤 읽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으로 권해주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