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책은 워낙에 유명한 노부영을 통해서 먼저 구입한 원서로 만난 그림책이다.

원서에는 CD가 세트로 되어 있어서 들으면서 볼 수 있는 구성이었는데 우리 아이가 돌 지난 즈음에 들여준 것 같다.

하지만 영어원서는 페이퍼북이라 찢기도 하고 형체가 좀 남아있기 힘들었던 페이퍼백 구성이었던지라, 한글 그림책으로 다시 만났을때가 우리 아이가 두돌 즈음이었는데 무척 반가워했다. 이제는 좀 더 자라서 이 책을 다시 읽어주면 곰사냥을 하는 그 모습을 상상하며 듣느라 귀를 쫑긋 세우는 참 즐거운 구성이다.

 

헬린 옥슨버리는 워낙에 유명한 그림책 작가라서 이젠 이름만 들어도 알지만, 아이를 처음 낳았을 즈음에는 작가는 눈에 안 들어왔던 것 같다. 그림작가는 마이클 로젠이라는 분으로 이 책은 특히, 그림이 컬러 두 페이지, 흑백 두 페이지의 두가지 패턴으로 된 구성이라 아이가 안 좋아하면 어쩌나 하면서 반신반의하며 샀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의외로 이런 그림을 아이가 더 즐거워했던 것 같다. 컬러만 있는 책보다 오히려 흑백톤이라서 안 좋아할 줄 알았던 나의 편견을 여지없이 깨는건, 아이의 눈에 색감이 있는 그림이 까꿍!하고 다시 나타나는 그런 기분을 준 모양이다.

 

무엇보다 노부영으로 들려주었을때랑은 좀 느낌이 다르지만, 한글 번역으로도 맛깔스럽게 읽어줄 수 있는 책이라 참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곰 잡으로 간단다

큰 곰 잡으러 간단다

정말 날씨도 좋구나!

우린 하나도 안 무서워.

 

어라 풀밭이잖아!

넘실대는 기다란 풀잎.

그 위로 넘어갈 수 없네.

그 밑으로도 지나갈 수 없네......(책 중에서)

 

영어 번역이라 그 미묘한 느낌은 다소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운율감있는 노래처럼 읽어주기에도 좋고, 곰잡으러 가는 박진감 넘치는 과정을 아주 재미있게 구사해 놓아서 아이가 무척 신나하는 구성이 아닐수 없다.

가족이 모두 함께 떠나는 곰사냥. 곰을 만나서 혼비백산 다시 돌아오는 과정도 재미있고, 곰에 쫓겨 침대로 파고드는 장면이 아이들에게 무척 유익한 웃음을 주는 그런 시간이 되는 것 같다. 잠들기 힘들어할때마다 읽어주면 무척 재미있어하는 책, 그러다 스르르 잠드는 그런 책이다.

역시 걸작 그림책 다운 참 좋은 그림책 한권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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