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그래도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 존재로써 보여준 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에게는 남보다 확실한 목표, 꿈에 관한 열정, 스스로에 대한 절제와 시간 관리 등 사실 쉽게 할 수 없는 것들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러나 그 능력또한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의 가족에 대한 사랑, 애국심, 꿈을 향한 도전 등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만큼의 장애는 아니지만 나 또한 오랜 시간 상상해왔던 꿈과 미래가 한순간에 산산조각이 나는 경험을 해봤기에 어느 정도 공감할 수가 있었다, 그는 재활병동의 환자들에게 나도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몸의 장애는 없어도 마음의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많은 우리들에게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넌지시 얘기해주고 있다, 그래서 이것은 슈퍼보이 에스비, 슈퍼맨 닥터리, 그래도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힘껏 삶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내가 10년이 넘도록 공들여 상상해왔던 이 금메달 수여식의 장면은 마치 거울이 깨지듯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크고 작은 파편들이 모두 내 가슴에 쏟아져 박혀버렸다, 너무 깊이 박혀서 그걸 떼어낼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떼어내는 순간, 내 피와 살까지도 함께 뜯겨나갈 것이므로, 홀로 많은 눈물을 흘렸다, 나 자신을 원망하고 세상을 미워하기도 했었다, // 당신은 혼자서 소변을 볼 수 있잖아요, 요로 감염이 일어나 방광에 관을 끼우고 평생 소변 주머니를 달고 다니는 환자들도 많아요, // 그러나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나는 내 지나친 욕심에 발등을 찍혔다, 1983년 7월 4일 그날, 나는 코치의 말을 어기고 혼자서 마루를 향해 뛰었다, 그리고 목을 쭉 늘인 상태로 땅에 턱을 박았다, 그것은 절대로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었다, // 하지만 마지막까지 거부하면 그떄부터는 환자를 그냥 내버려두었다, 절망이 지나칠 경우에는 누구의 도움도 소용이 없다, 오직 환자 자신만이 그 길고 긴 절망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것이다, 러스크 인스티튜트는 환자를 돕기 위해 애를 쓰되, 결코 환자에게 강요하지는 않았다, // 재활병동에 입원한 환자들은 거의 모두 3개월 이상의 장기 입원자들이어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방문객이 끊기기 마련이다, 다들 자신의 존재가 잊혀져가는 것을 슬퍼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슬픔을 느끼기 전에 내가 먼저 세상을 찾아나갔다, 휠체어가 나에게 튼튼한 두 발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 그렇다, 웃음, 여러 종류의 옵션치료들이 나에게 돌려준 것은 웃음이었다, 물리치료와 작업치료 중에는 웃음이 나올 수 없었다, 짜증, 창피함, 당혹감, 허탈감, 자괴감, 이런 것들이 전부였다, 그러나 옵션치료는 그대로 삶이 게속된다는 걸 알려주었다, 나는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사고를 겪었으나 그래도 살아야 할 삶이 남아있고 새로운 것들이 찾아오고 있었다, // 너에게는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단다, 그 중에서 네가 가장 원하는 것을 취하렴, // 메디컬 스쿨의 꿈은 좌절되었지만, 그래도 삶은 계속되어야 했다, 삶을 바라보는 내 안의 긍정성은 또 다른 기대를 품게 했다, // 대부분의 미국 아이들이 첫 입학금만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 그 다음부터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베이비시터로 일해서 등록금을 스스로 벌었다, // 하지만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설명할 수 있다, 가정의학과에서 근무하는 기간 동안, 나는 어쩌면 의학의 지나친 전문화가 인간의 몸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를 방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이처럼 현대 의학이 질환 하나하나에 집중한 나머지 놓치게 되는 몸 전체의 문제, 심리적인 문제까지 전체적으로 파악하여 큰 그림을 제시하는 의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 볼티모어로 가는 차 안에서, 나는 어느 때보다도 내가 삶을 사랑하고 있음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 나는 하기스 부인의 방에도 들렸다, 40세의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척수 속으로 이상한 균이 침투하여 모든 신경을 갉아먹고 말았다, 아무런 예후도 없이 하룻밤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 나에게 장애는 축복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장애에 대한 내 오랜 마음의 굴레를 훌훌 벗어던졌다, 나는 존스 홉킨스 재활병동 척수신경과의 사지마비 장애인 이승복이다, 나는 내 장애가 자랑스럽다, 나는 나의 장애를 환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도구로 사용하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앞으로 나의 장애로 인하여 절망 속에서 희망을 갖게 될 수많은 환자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나는 환하게 미소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