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3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Club Midnight Sunset. 두근 두근 울리는 관객들의 호흡소리, 그리고 그 가운데 우뚝 서 관객들의 호흡을 지배하는 세명의 아티스트. 곡 하나 하나가 끝날 때마다 울려퍼지는 환호성과 그에 보답하듯 'korea !'를 외치는 보컬의 떨림 없는 목소리. 처음으로 하바드의 공연을 보고 느낀 것은 커다란 전율이었습니다. 가슴에 묵직하게 다가오는, 마치 어떤 거대한 감정 앞에 홀로 오롯이 선 느낌이랄까요. 7번 트랙, Clean & Dirty. Best 앨범 수록곡중 관객들에게 가장 큰 반응을 선사했던 곡. 개인적으로는 your universe에 더 끌리지만 지인들은 이 곡을 하바드의 best로 꼽는다. 라이브 공연중에서 가장 좋았던 곡으로, 리드미컬한 박자에 감성적인 멜로디가 무척이나 어울리는 곡이다. 한번 쯤 꼭 들어보길.

 처음 시부야 케이 - 그러니까 일렉트로닉 장르 쪽에서도 약간은 하우스에 치우친 - 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Daishi dance와 Freetempo에 있었습니다. 지금 회상해보면 하우스 음악에 관련된 일련의 기억들이 하나 둘 떠오릅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Freetempo의 Sky high를 처음 들었던 순간, Bar 갠지스의 바람에서 Daishi dance의 I believe를 선곡해 들으면서 아는 누나한테 전화했던 어느 봄 날, Sentimental Scenary의 harp song으로 잠을 깼던 대학교 1학년의 여름, 은미누나의 차를 타고 가다 들었던 I-dep의 노래들. Michita와 Dahlia, 그리고 DJ Okawari. 결국 Harvard를 만난 것도, 그들을 통해 익숙해진 하우스 음악의 멜로디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약간은 같지만 다른 느낌입니다. 애초에 음악적인 지식이 전무한지라 분야를 나누고 아티스트를 분류하며 음악을 정의내릴 수는 없지만 분명 하바드의 Best 앨범은 하우스 이상의 다양성이 담겨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힙합이나 Urban에 가까운 음악들 아니 락적인 면모와 발라드적 분위기도 언뜻 엿보입니다. 가벼운 하우스 템포의 멜로디에 하바드만의 색깔을 입혔다랄까요. 개인적으로 워낙 라이브 공연이 좋았던지라 앨범 전체에 호의적이긴 하지만, 분명 그들의 앨범엔 음악의 다양한 장르를 맛깔나게 버무린 그들만의 색깔이 존재합니다. 12번 트랙, Your universe. 개인적으로 꼽는 하바드 Best 앨범 최고의 곡. 듣고 또 들어도 질리지 않는, 몽환적인 멜로디에 조금은 음울한 보컬의 음색, 그리고 조금씩 박자를 갖춰가는 리듬. 가만히 눈감고 듣노라면, 무지개 빛깔 우주가 떠오르는, 너의 우주.

 하바드의 히트곡 외에도 그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수작들을 담고 있는 앨범 Best. 경쾌한 리듬에 밝게 전개되는 멜로디, 락적인 연주와 초반의 귀를 사로잡는 훅이 강한 전주 등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가만히 그들의 노래를 음미하며 그들과 함께했던 라이브의 순간을 떠올려봅니다. 때론 강렬하게, 그들의 노래들은 어딘지 모르게 몽환적이었습니다. 마치 그들의 마지막 모습이 새로운 음악으로의 출발이 되고 있음을 자신있게 보여주는 것처럼. 7번 트랙, Loud lovesong. 1분 24초의 짧은 시간동안 속삭이듯 강렬하게 노래하는 사랑의 속삭임. 부드럽지만 음울한 그러면서 애잔한, 그들 노래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하바드, best, harv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