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포엠에세이'?


'한줄도 길다'는 하이쿠의 세계는 촌철살인, 아하! 하고 뒤통수나 무릎을 치게 만드는 단 한 줄이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선 바쇼의 요런 하이쿠가 잘 알려져 있다.

오래된 연못/ 개구리 뛰어드는/ 물소리 퐁당!

저자의 말대로 '하이쿠'란 일본 고유의 문화색을 여실히 반영한다. 요 하이쿠에도 일정한 형식이 있다. 대표적 운율인 5/7/5.
바쇼의 시가 꼭 들어 맞는다. 하지만 일본이라는 나라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면 제약적인 仙詩일 수밖에 없다. 쓰기에 아주 간단하고 쉬워서 누구든 시도할 수 있는 장르처럼 보이지만 널리 읽히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맞는 말이기도 하다.


 
일본에 둥지를 튼 저자에게 울림있는 하이쿠를 의미있게 전달하는 방법은 사진과 편집 그리고 윤뮨이었다.

너는 한창 피는데/난 한창 지고/있구나!

이 하이쿠 옆에는 흐드러진 연보라빛 수국꽃이 만개해 있다. 굳이 설명 없이도 느낌은 충분하다.
 
짝사랑,/ 네가 손을/ 흔들어 주면/나는 언제까지나/민들레

흔히 감성을 자극할만한 시구와 그럴듯한 사진들이 부드럽게 이어지며 어렵지 않은 하이쿠선집을 만들어낸다. 

다시 바쇼로 돌아가, 우선 바쇼의 시는 이미지의 하이쿠다. 잔물결 없는 연못에 파문을 일으킬 개구리의 입수장면을 그리게 된다. 찰나의 순간을 통해, 읽는 사람은 저마다의 내면의 물결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정제되고 또 정제된 한 줄이기에 아름다운 형식. 시에 대한 대답은 시로 해야 적당할 것 같은 선의 시구. 

수리(저자)는 젊고 예쁘장한 옷을 입혀 비쥬얼 강한 그럴듯한 책 한권을 만들어냈지만, 어쩐지 그럴듯하기만 하다. '저자의 의도와는 다른 허울좋은 글'이라는 함정을 스스로 파놓고 만다. 번역된 하이쿠에 대한 평가는 뒤로하고라도 간간히 달아놓은 저자의 생각말들은 좀처럼 깊이가 없다. 당연한 말들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시시한 깨달음으로 포즈만 잔뜩 잡았다.

또 한번 '그런 류'의 책이 탄생한다. '가장 진실하고 평범한 문장이면 된다'는 헤밍웨이의 충고가 필요하다



하이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