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이 더듬거리며  거어이 제 가슴 가운데 자리로 옮겨 오네요 

마치 이 책의 저자인 이상국시인과 오랜 대화를 한 느낌이랄까.  

실은 시인이 아니라 그리운 침묵과 사소한 스침과 또는 오래된 마음이 말없이 나를 쓰다듬어 주는 듯한.. ...

펼치는 책장마다 다정한 윤슬들, 문장마다 달팽이 처럼 고요한 길을 가는 시간들이 읽혀진다.

사는게 참 이런 거였구나!

우연히 만난 사람이든 오래 맘 터놓고 알고 지내든 사이든 서로의 어깨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거나 급한 걸음에 넘어졌을 때 손을 내밀거는 무거운 짐을 들고 갈 때나...... 나보다 힘에 겨운 당신의 한쪽 손이거나 발이 되는 것이 사는 것이라고...아니 차마 외면할 수없는 삶에 같이 젖어 가는 것이 삶이라고!

<뿔을 적시며> 이 시집 한권이 내게 그렇게 말해주네요

 

고맙다 시집아

사랑한다 '작은 이파리' 같은  나의 삶을 가만히 품어 보고 싶게 만들어 줘서...

 

팍팍한 밥벌이의 시간에 멀리 달아난 나의 시간들도 더불어 젖는 시간.

비오는 날 골목을 지나는 아이들 소리와 산길에 고달픈 꽃들과 시골길 담벼락을 스치는 저녁 밥짓는 향기들이 배인 시집.

나 진짜로 시를 마음으로 읽다가 또 소리내어 읽어보다가 이 시집을 꼭 껴았다.

<뿔을 적시며>를 읽은 독자들도 아마 나처럼 이 시집을 실제로 끌어 안고 말 것이다.

이상국시인의 시집과의 대화는 견딜 수 없이 담백해서 그만 시인이 만든 시의 집 툇마루에 슬며시 눌러 앉아 라면이든 국수든 부침개든 그런 것들이 먹고 싶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