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어 친척들이 방문을 하니 방 청소를 하게 되었다. 작년에 오래되고 쌓여있던 책은 도서관에 기증도 하고 팔기도 하고 많이 처분했다. 걔 중에는 소장하고 싶어 일부러 산 책도 있고 미련이 남은 책들도 꽤 있었는데 그런 미련이 싫어 쿨하게 기증해버렸다. 그리고 집에 남은 책들은 사놓고 읽지 않은 책들이 많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읽고 싶은 책이지만 읽히지 않은 어려운? 책들이 많은 것이다. 그렇게 나만의 작은 서재를 정리하는데 책 꽂은 곳을 늘려도 모든 책이 들어가지 않는다. 먼지를 닦고 머리를 짜낸 것이 책을 세로로 꽂아주지 않고 가로로 누여두어 자리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리곤 읽던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중 한 권을 모두 읽고 집어든 것이 얼마 전 돌아가신 박완서씨의 책이다. 나는 빌렸을 때만 해도 소설책인 줄 알았다. 그만큼 박완서라는 작가의 이름의 파워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책을 사거나 빌리게 한다. 그렇게 빌린 책이 수필집일 줄이야. 그 분이 돌아가시고 TV 속에 비추어진 그 분의 삶은 여태까지 내가 소설 속에서 본 것과는 다른 것들이 많았다. 종종 수필집도 읽곤 했지만 아들도 앞서 보내고 이런 저런 아픈 과거들을 가지셨는지 상상도하지 못했다. 나는 솔직히 그저 부럽기만 했다 그분이. 그 이유는 유식하고 교육열에 가득한 어머니를 둔 덕분에 고등 교육을 받았고 유명하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접한 것이 이번 논픽션책이다. 이 책은 빌리기는 했지만 반드시 구입하여 소장하고 싶다. 앞서 말한대로 나는 많은 책들을 기증하였고 지금 나에겐 박완서씨의 책은 단 한 권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만큼 그 분의 책은 모두 읽어 버렸다. 이 책은 두고두고 나이 들어서 까지 가지고 싶다. 그 이유는 할머니가 그리고 우리 부모님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정치색이 들어나거나 어려 사회적인 사건들에 대해서 개인적인 생각들이 담긴 책에는 우리 부모님들의 생각과 비슷하거나 다르지만 근본적인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들이 많다. 아무래도 비슷한 시기를 지닌 이들의 공통적인 생각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과 다른 것이 이 분은 글로 무언가를 남길 수 있으신 분이라는 것이 왠지 그렇다.

이 책을 읽는데 군데군데 눈물 짓게 하는 것이 있고, 왠지 그분이 그리워 진다. 한 번도 만나 뵙지 않은 분인데 말이다. 콕 집어 그분이 아니라 아련히 누군가가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