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 2권의 리뷰를 올리는데 다른 분이 쓴 리뷰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나를 찾는…’ 이라는 단어가 내 마음을 끌었는데, 아무래도 현재 나의 심리 상태와 큰 연관이 있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를 아는 여행이라는 테마로 책을 많이 이용하는데 요시모토 바나나씨의 왕국 시리즈를 읽고 조금이나마 그런 작업에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왕국 시리즈의 마지막 권인 비밀의 화원은 시즈쿠이시가 세속 세계에 나와 처음으로 사귄 남자가 자신이 어릴 적 친구였던 다카하시의 새 어머니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신이치로는 결국 그녀를 떠난다. 도시에 나와 처음으로 누군가와 헤어짐을 하게 된 시즈쿠이시는 많은 아픔을 느낀다. 이런 시즈쿠이시를 지켜보는 가에데는 점차 그녀에게 솔직한 감정도 털어놓으며 허물없는 사이가 된다. 세상에는 일반적인 남녀관계를 떠나 한 차원 더 높은 관계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시즈쿠이시는 가에데의 과거의 약혼자와도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런 그녀는 할머니와 산 속에서 생활을 했을 때 그녀의 할아버지와 병을 고치는 차를 사기 위해 찾아온 적이 있다. 가에데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전 약혼자에게 질투를 느껴지지 않는 시즈쿠이시. 그리고 또 새로운 세계로 인도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운명은 그녀를 타이완으로 이끄는데… 결국 가타오카와 타이완 출장을 가면서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이 책이 결국 매력적인 것은 무언가 다음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오픈 결말 때문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시즈쿠이시가 할머니와 혼자 만의  독립적인 세계를 구축해 놓은 곳에서 전혀 다른 세계를 접하게 되는 아주 짧은 이야기를 함께 느꼈다. 그리고 시즈쿠이시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에 대해 점차 깨닫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혹시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가. 어릴 적에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람이 점차 완성되는 것 같은 환상을 가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깨닫는다. 죽을 때까지 완성이라는 것은 없다고 시간이 지나고 성장함에 따라 모르는 것이 점차 늘어나고 죽기 직전까지 아쉬운 점이 남아 있다. 하지만 현명해지는 구석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포기하기’이다. 죽어도 내 것이 안 되는 것을 알고 욕심을 버리는 것. 어렵지만 제일 알아야만 하는 것 말이다.

얼마 전 나는 가수다로 한참 인기를 끌었던 임재범이 토크쇼에 나와 이런 말을 했다. “산을 넘으니 그 다음에는 더 큰 산이 있고 그 산을 넘으니 더 큰 산이 있다”고 말이다. 새삼 그 말이 더욱 절실하게 와 닿는다. 세상에는 살다 보면 내가 원했고 원하는 방향으로만 인생의 방향이 흘러가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