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하는 저녁>이 떠오른다.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말이다.

<달콤한 작은 거짓말>은 현실 같지 않은 이야기이다. 적어도 내 상식 선에서는 말이다. 이 이야기 속 두 주인공, 루리코와 사토시는 부부다. 완벽하지 않지만 서로에게 균형을 맞추며 살고 있다고 느끼는 두 사람은 어느 날 작은 비밀이 생긴다. 바로 애인(愛人)이 생긴 것이다. 하루오가 생긴 루리코의 삶에 에너지를 얻고 사토시는 애인이 있으므로 인해서 루리코와의 생활이 더욱 원활해 진다고 느낀다. 이런 두 사람의 이야기가 담담히 흘러간다.

이런 분위기는 에쿠니 가오리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그녀만의 매력이다. 전작들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기묘하고 신비한 분위기를 형성하면서 뿌연 화면 같은 스토리 형성.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다.

 

내 안에서 상상하는 결혼은 이런 것인 것 같다. 것 같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아직 결혼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머리 속에 금새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수다’이다. 서로 직장 생활에서 돌아오면 직장 동료와 있었던 재밌는 이야기나 사소한 것들을 이야기하고 웃고 가끔은 다투는 그런 것 말이다. 내 인생은 ‘수다’밖에 없다. 떠오르는 취미는 그저 외국 드라마나 티비를 보고 가끔 비행기 타고 여행가기도 하고 차 타고 여행가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수동적인 것 들 뿐이다. 그리고 종국에는 이런 것들에서 느낀 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나의 삶의 반 이상을 채우고 있다. 아빠는 이런 내가 가끔은 수다스럽고 귀찮다고 하지만 우리 집 식구 중에 이런 성격은 나 혼자 뿐이라 괜찮은 것 같다^^

 

루미코는 이런 나와 비슷하다. 괴로운 일이 있으면 먼 타국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도하고 가까운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한다. 또 사토시가 퇴근해서 오면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모두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런 루미코를 사토시는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은 매일 같은 일상만 반복해 말할 것이 딱히 없는데 무언가를 말해야만 할 것 같은 부담감을 가진다. 그래도 루미코는 사랑하는 부인이다. 그리고 이렇게 루미코의 이야기를 듣고는 방문을 잠그고 들어가 게임에 열중한다. 그리고 이런 사토시에게 가끔 다가가 옆에 가만히 앉아 있기도 하는 루미코. 얼마나 외로울까 생각한다. 케이블 텔레비전을 보면 나이를 불문하고 게임에 열중하는 남편들이 나온다. 어떤 부인은 이런 남편을 위해 게임을 배우기도 하고 어떤 부인은 불만만 갖고 바꾸지도 못할 것을 괴로워만 한다. 나는 외로움을 굉장히 많이 타 아마 그런 남편을 만나면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포기를 모르는 자신은 사람을 달달 볶아 맛있게? 먹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갖게 되었다. 하여튼 루미코는 외롭지만 최대한 사토시를 배려한다. 하루오는 남편인 사토시보다 더욱 맞고 편한 존재이지만 잃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루미코를 나는 이해할 수 없지만 흔히 말해 부부의 연이란 것이 따로 존재한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하여튼 서로에게 애인이 있는 부부이야기인 <달콤한 작은 거짓말>. 이야기를 떠나서 에쿠니 가오리를 느끼고 싶다면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