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 1편에 이어 시즈쿠이시의 도시 적응기가 펼쳐진 2권에는 가에데가 가타오카와 외국으로 떠나 혼자 가에데의 집에 남겨진 이야기가 그려졌다. 1년 100권 리뷰쓰기를 달성하기 위해 일부러 골라온 얇디 얇은 책은 의외로 마음에 깊게 새겨질 만큼의 무게를 지녀 왠지 금방 읽어버리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왠지 시즈쿠이시의 모습에서 나를 반영해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나에게 조금은 특별한 것이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생각된 그녀에게서 내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왠지 분명히 자기 색이 있고, 다른 사람과 잘 조화되는 것 같으면서도 본인의 색이 분명히 들어나 거리가 분명히 있으며 강한 듯 섬세한 그런 신비한 느낌.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하고 거의 10년은 거의 변화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조금씩 속도가 붙고 편독의 분야가 조금씩 다양해지다 보니 독서법 책도 접하게 되었고 거기서 책을 받아들이는 법과 읽는 법도 더 배우게 되면서 조금씩 달라짐을 느낀다. 참 신기한 것이 너무나 속도가 느려 성과가 없는 것 같은 시기를 지나고 보니 어떻게 그 시간을 견뎠는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시간은 가만히 있어도 어느 누구나 공평하게 흐르고 그것을 아주 작은 퍼센트이지만 어떤 것을 위해 노력하니 어느새 인가 무언가가 변한 신선함이 아주 기분 좋다.

 

새해가 되고 처음 접하게 된 <왕국 시리즈>는 그런 느낌을 더 당겨주었다. 이성을 자주 접하지 않은 시즈쿠이시는 유부남(이혼수속중인)과 이성 관계를 맺게 된다. 정말 세상사 이상한 것이 누군가와 가까운 자들은 어느 정도 깨달음이 오지 않은 자들을 선호하고 매력을 느낀다. 왜일까? 아직 나는 누군가와 많이 가까워지지 않아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런 가진 자(?)들과 본의 아니게 가까워지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시즈쿠이시의 경우 나쁜 경우는 아니었다. 그녀와 만나는 동안 그는 이혼 수속을 마쳤고, 그녀와 함께 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으니까. 나름대로라는 표현을 쓰게 되는 것은 아마 상대방에서 100% 진심으로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즈쿠이시는 자신의 생활에 의문점을 가지고 가끔은 위험(텔레비전에 중독 되는 등… 귀여운^^ 것들)에 빠지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잘 극복한다.

 

왕국의 주인(확실하지 않음;;)인 시즈쿠이시는 자신만의 왕국을 잘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굉장히 자연스럽다. 이런 점이 참 부럽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려가고 스며드는 그런 것 말이다. 첫 번째 이야기를 읽기는 조금 시간이 걸렸고, 2권을 읽는 동안에는 그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졌고 3권을 읽는 지금은 속도가 어느 정도 붙었다. 역자 후기를 보니 꽤 오랫동안 집필했다는 것을 보고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혹시 지금 앞에 뿌옇고 자신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