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브라운관에서 정재형을 만났다.
이하나의 페퍼민트에서 소박한 모습으로 노래부르던 정재형.
고등학교 시절에 베이시스의 감미로우면서 끌어당기는 듯한 음악에 빠져들었을 때가 있었다.
친구와 이어폰 하나씩을 나눠끼고 버스타면서 혹은 자율학습시간에 들었던 그때 그 시절,
잠시지만 사춘기 소녀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번에 ’정재형의 Promenade, 느리게 걷다’를 반가운 마음에 들어보았다.
루시드폴과 엄정화의 보컬과 잔잔하면서도 편안한 연주곡으로 구성된 정재형의 소품집이다.
소품집은 말그래도 규모가 크지 않은 작품이다.
정재형의 소품집은 잔잔하면서도 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있는 듯이 편안하다.
요즘 쳇바퀴 돌아가듯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들인데,
이런 빠름속에서 잠시 느리고 걷고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해주고 있는 음악이다.

 

그 동안의 공백기간이 있었는데 작곡을 하느라 그랬나보다.
한층 더 성숙하고 더 세련되어진 곡들을 들으면서 정재형이란 이름을 다시 새겨보았다.
그리고 초회 한정으로 ’물과 바람’ 피아노 연주용 악보가 있다.
악보를 보면서 정재형을 또 한번 만날 수 있었다.
악보로 보는 음악, 듣는 음악, 연주하는 음악은 또 다른 재미가 있는 것 같다.
나는 피아노를 연주하지는 못하지만 악보를 듣고 보면서 느리게 걷기에 빠져볼 수 있었다.
피아노, 첼로, 오보에등의 아름다운 선율과 서정적인 음악에 지치고 피곤한 몸을 녹여본다.
그리고 한 템포 느리게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