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겉표지에 “나이 든다는 건 시드는 게 아니라 무르익는 것이다”란 문구가 참 마음에 와

닿았다. 젊다고 하기에는 나이 들었고, 노년이라 하기엔 아직 젊은...지금 중년의 내 모습이다. 좋던 싫던 점점 나이는 들어 갈 것이고... 어느새 한해가 가는 것이 결코 달갑지 만은 않은 나이가 되었다.

저자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친구가 한 번 웃을 수 있도록 매일 편지를 썼고, 우울증에서 벗어날 때까지 2년 넘게 쓴 이야기들을 추려서 이 책을 출간했다고 한다.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알고 나서 더욱 이 책이 좋게 생각되었다. 2년여에 걸쳐 매일 편지를 쓰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친구간의 우정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였다.

서두에 저자는 고작 예순 살밖에 되지 않았다고 긍정적으로 자신을 바라본다.

책의 구성은 총 5장으로 각 주제마다 참 좋은 글들이 많았다.

'늙으니까, 아! 참 좋다!'란 글을 시작으로 나이 든다는 건 무르익는다는 의미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나이 들어 좋은 점 중의 하나가 점점 상대방의 단점이나 허물에 대해 너그러워질 수 있다고 한다. 또 늘 곁에 있어서 고마움을 잊고 살았던 가족, 걸을 수 있는 다리, 매일 뜨고 지는 해와 달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고 감사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만큼 마음이 넓어지고 여유로워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늘 바쁘게 살았던 일상에서 벗어나 주의를 뒤돌아보게 되면 잊고 지냈던 감사함들이 눈에 보이고, 우리는 이런 당연함에 오히려 감사를 잊고 지냈는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제일 걱정이 되는 것이 치매이다. 저자는 치매를 자연스런 노화과정의 하나로 보고, 육체와 정신의 퇴화가 우리의 존엄성을 훼손할 수 없다고 한다. 치매를 인간이 자연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표현하고, 늙음과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없이 치매 또한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나는 아직 이런 병과 늙음, 죽음이 두렵다. 저자처럼 좀 더 연륜이 생기면 초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흔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한다. TV를 보면 노년기에도 젊은이들 못지않게 활발히 활동하고 즐겁게 인생을 사시는 분들을 볼 수 있다.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느냐가 더 중요할 것이다. 늙어서도 젊게 살 수 있고, 젊어서도 늙은 마음을 갖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해를 또 보내는 이 시점에서 나이 들어가는 것에 좀 서글픈 마음이 들었는데...책을 읽고서 많은 위로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책 제목처럼 나도 나이들 수록 무르익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