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들은 자신의 삶이 없다. 아들이 오늘도 무슨 일을 저지른건 아닌지, 딸이 왜 이리 돌아오지 않는지, 아이들의 교육과 생활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느라 어머니 자신만의 꿈과 희망은 창고 한구석에 처박아둬야 했다. 그리고 무심한 자식들이 독립하여 자신을 떠나가 있었을 땐, 그녀의 얼굴엔 아름다움도 힘도 빼앗아버린 주름살만이 있었다. 어느 날 딸이 "엄마, 왜 엄마들은 인생이 하나뿐이야?"라고 물으면 어머니들은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가?

 『퀴르 강의 푸가』는 아름다운 소설이지만 오늘날의 어머니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선다. 아름다운 음악가 클로틸은 평화롭게 살아가며 알릭스라는 친구와 함께 교제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나 벵상과 결혼하여 네 명의 아이를 낳은 이후부터 그녀의 삶은 자식들을 위해 쓰여지고 있었다. 음악을 연주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연주할 수 없고 뭔가를 하고 싶어도 아직 어린 아이들 때문에 집에만 머물러 있어야 했다. 그리고 염려 속에 자식들을 학교로 보낸 그 날, 맏딸 마들렌이 사라져버린다. 클로틸은 그녀를 찾기 위해 퀴르 강변을 헤맨다. 그녀는 딸을 구했지만 대신 목소리를 잃어버렸다. 

 

 이후의 이야기는 마치 음악이 흘러가듯 평화롭지만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앙투안이 목소리를 잃어버린 어머니를 부끄러워한다는 것을 클로틸이 알면서 얻게 되는 상처(흔히 자식들이 어머니들을 상처주는 경우다), 벵상이 부상을 입으면서 대신 자신들을 돌봐주겠다고 자처하는 장면, 그리고 클로틸이 '꿈이냐, 아이들이냐' 중에서 자신의 꿈을 선택한 것. 이 모든 이야기들이 푸가의 기법으로 흘러간다. 

 

 '음악 소설'이 아름다운 까닭은 비단 음악뿐만이 아니다. 음악 소설다운 아름다운 이야기와 교훈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아름답고 행복하게 끝난다. 클로틸은 목소리를 되찾고 로열오페라단 주연 가수로 데뷔하며 꿈을 이뤄나간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자식들을 돌보는 데에 힘쓴다. 어른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까닭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목소리를 잃은 그 우연한 사건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꿈을 이루려고자 하는 간절한 의지 때문이었다. 그녀는 항상 그 꿈을 간직하고 있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 나는 이 소설을 당당하게 추천한다. 특히, 자신들의 인생을 자식들 키우는 데에만 쏟아붓고 정작 자신의 꿈을 묻어버린 어머니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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