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당시 '전후 최고의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45살의 알베르 카뮈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20세기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소설이라는 칭송을 받는, 읽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감동 받았다고 말하는 그 소설, 이방인. 난 그 책을 드디어 읽었다. 익히 알고 있는 틀, 그러니까 줄거리는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액자가 틀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것이 중요하듯이, 그리고 그 그림 하나하나의 요소가 중요하듯이, 『이방인』에서 중요한 것은 흥미로운 줄거리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세부적인 내용들이다. 그래서 사르트르도 이 책에는 한 문장마다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한 걸까? 

 

 이 소설을 액자에 비유한다면, 내용 면에 있어서 작은 액자이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내용도 많지 않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뛰어나다고 평하는 그림이다. 구도는 뫼르소를 중심으로 하여 그의 회사 동료 마리와 우연히 만난 레몽 셍테스를 양쪽에 배치하고, 그 주변에 살라마노 영감, 셀레스트, 예심판사 등의 부속인물들이 있다. 뫼르소의 표정은 모자리자의 미소보다도 더욱 오묘하다. 그러나 결코 신비롭지 않다. 과연 알베르 카뮈라는 화가 외에 이 그림을 묘사할 자가 누구란 말인가? 

 

 사르트르는 말했다. 『이방인』은 설명하는 책도, 증명하는 책도 아니라는 것. 부조리의 인간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묘사하는 것이라고. 카뮈는 뫼르소가 누구인지 말하지 않는다. 뫼르소를 1인칭으로 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를 외부에서 관찰하는 것 자체가 오류이다. 이방인은 이방인 자신이 보아야 알 수 있는 존재이다.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우리는 카뮈의 편지 한 장을 본다. 그리고 본문을 다 읽은 후에는 카뮈의 작가 수첩을 본다. 이 두 자료가 『이방인』을 이해하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카뮈는 소설가이자 철학자이면서, 또한 극작가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다른 소설에서 간혹 연극적인 요소를 넣기도 한다. 그리고 『정의의 사람들』이나 『칼리굴라』 같은 희곡을 보면, 알베르 카뮈의 희곡 실력은 소설 실력 못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희곡과 소설이 다루고자 하는 것엔 약간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이 두 장르는 카뮈의 손에서 유사성을 보인다. 하지만 그는 이 작품만은 희곡으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한다. 편지에서 카뮈는 살인 장면과 거기에 등장하는 태양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재판의 세계를 부르주아이자 나치이자 공산주의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뫼르소에게 긍정적인 그 무엇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거부의 자세이다.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있지도 않은 것을 있다고 말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 자기가 아는 것보다 더 말하는 것에 동의하는 것"도 의미한다고 말한다. 뫼르소가 이방인이 된 이유를 설명한다. 그는 이방인인 것이 아니라 이방인이 '된' 것이다. 언제부터? 엄마가 죽을 때부터. 하지만 정작 그 때 그는 너무나 태연했다. 그는 자신이 원치 않은 죽음을 일으켰다는 것을 깨달을 때부터 불행의 순간이 다가옴을 인식한 것이다.

 

 이방인은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이 소설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마치 숱한 20세기의 소설들처럼. 그 중에서 이방인은 그들과는 조금 다른, 심지어 카뮈의 다른 작품과도 다른, 진정한 이방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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