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시 형식 중 하나였던 '시조'가 '현대 시조'라는 이름으로 재탄생되기 때문이다. 시조의 형식은 꽤 골치 아프다. 그런데 현대 시조는 시조의 형식을 약간 탈피했다. 그러나 기본적인 틀은 유지했다.

 대부분의 시는 자유시이다. 원래 시라는 것이 자유롭기에 매력적이지 않은가? 그러나 '시조'는 약간 다르다. 시조는 일정한 형식을 지키지 않으면 시가 되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내용의 압축성이다. 요즘엔 어떤 시 분야를 택해도 상관 없지만 조선시대에만 해도 자유시란 건 없었다. 만약 있다 해도 시조가 아닌 시들은 모두 예의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무시되었다. 그래서 오늘날 전해지는 시들은 대부분이 자유시가 아닌 시조가 아닌가?

 내 생각에 시조와 같은 형식이 있는 시들이 있는 까닭은 시의 압축성을 지켜 '떠벌리는 시'를 막기 위함일 것이다. 가끔 어떤 시는 지나치게 길거나 했던 내용을 반복(물론 시에서는 많이 허용되는 것이지만, 운율을 ？틈？ 반복은........)하지 않는가? 적어도 시조는 형식부터 매우 짧도록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다. 자, 그럼 이제 홍성란의 「그 새」라는 현대시조를 보기로 하자.

 

 "갠 하늘 그는 가고

 새파랗게 떠나 버리고

 

 깃 떨군 기슭에 입술 깨무는 산철쭉

 

 아파도

 아프다 해도 

 빈 둥지만 하겠니."

 

 우리는 한눈에 봐도 이 시가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 사람의 슬픔을 노래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시는 단지 '그 사람'이라고 제목을 붙이는 것은 좀 식상하니까, 사람을 새에 비유하는 의인법을 사용한 것뿐이다. 아니,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산철쭉'이나 '빈 둥지'는 오직 새들의 이야기에서만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 

 진짜로 슬퍼해야 할 사람은 산철쭉이 아니다. 진짜로 슬퍼해야 할 사람은 빈 둥지다. 빈 둥지는 새가 없으면 더 이상 존재할 의미가 없는 것이다. 또 다른 새가 와서 충족해주니 않는 한. 그러나 산철쭉은, 어찌 됐건 새가 떠나도 살 수 있지 않은가? 

 둘 다 슬퍼한다. 이것이 사실이다. 새는, 그 새는 아프지 않다. 한 사람만이 이별하는 사랑이 꼭 그렇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