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도현 작가를 좋아한다. 특히, 『연어』라는 그의 소설을 좋아한다. 그는 시인이지만, 그 소설을 보면 그에게는 소설가로서의 자질도 충분한 것 같다. 안도현 시인은 따뜻한 이야기,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추구한다. 그래서 그는 마음에 든다. 그리고 안도현은 어디까지나 '시인'인만큼, 소설만 좋아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나는 그의 시집도 읽어보기로 했다. 그의 시집은, 모닥불처럼 따뜻한 시집이다. 나는 이렇게 그의 시집을 표현해야겠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은 시는 「우리가 눈발이라면」인데, 『모닥불』에는 수록되지는 않았지만 안도현의 시를 찾아보는 중 우연히 만난 시였다. 여기에 그 전문을 옮겨본다.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살이 되자."

 

 여기서 시인은 사람을 차가운 '눈'으로 비유한다. 그리고 그는 진눈깨비를 통해, 남을 돕지 않고 자기만을 위해 살다가, 허공에서 사라지는 사람이 되지 말자고 간절하게 호소한다. 그리고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가장 낮은 곳"의 사람들에게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고 호소한다. 그리고 잠 못 든 이(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 사람)의 편지가 되어 위로해 주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힘을 달라고 제안한다. 

 나는 그 동안 어떤 삶을 살았을까? 나는 과연 낮은 사람들을 위해 함박눈이 되어 주었을까? 잠 못 든이들의 편지가 되어 주었을까? 돌이켜보면, 나의 삶은 진눈깨비와 같은 삶이었을지도 모른다. 누구를 위로해주지도 않고, 누군가의 함박눈이 되어주지도 않은 나. 앞으로 나는 차갑지만 '따뜻한 함박눈'이 되고 싶다. 이런 사람이 있기를 바라는 것보다는 내가 직접 눈이 되겠다. 설사 곧 허공에서 또는 지상에서 녹아 사라질 운명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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