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나이를 먹으면 기억력이 떨어진다'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노인들이 일반적으로 옛날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건망증이 심하고, 뇌 질환을 많이 겪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은 과거에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17세기 어떤 익명의 화가가 그린 <인생의 계단>이라는 작품에서 노인을 인생의 계단을 내려가는 음울한 기간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 다우어 드라이스마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일찍이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라는 저서를 써서 우리에게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번에도 그가 다루고자 하는 것은 '시간'과 '나이'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은 퇴화한다'는 생각을 깨기 위해 이 책을 썼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은, 제목만 봐서는 전작과는 조금 다른 내용을 다룰 것 같아 보인다. 그렇다. 이 책은 노인들의 나이와 '추억'에 대해 다룬다. 추억은 곧 노스탤지어Nostalgia, 곧 향수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진지하게 '나이'와 '기억'의 관계를 다루는 저자의 글을 보다가, 어느새 올리버 색스와의 대화를 보게 된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의 주제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망각의 역현상'을 내세우며 전작과 비슷한 주제, 즉 '나이'와 '기억'의 관계를, 다른 하나는 나이 든 사람의 추억과 향수이다. 물론 후자는 '망각의 역현상'이 실제로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한 일례로 비춰지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올리버 색스와의 대화를 흥미롭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망각의 역현상'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하자. 이 현상의 목적부터 말하자면, 노인이 나이가 든다고 해서 무조건 과거의 시절을 잊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100세의 노인이 어렸던 시절, 젊었던 시절의 일들을 모두 잊어버린 게 아니라는 것이다. 드라이스마는 귄터 그라스의 자서전을 예로 든다. 귄터 그라스는 자서전을 쓸 당시 나이 지긋한 노인이었지만, 오히려 20세까지의 이야기를 매우 자세하게 털어놓는다. '망각의 역현상' 장에 나오는 그래프도 그것을 증명하는 데 한몫한다. 어떤 특정한 나이에 '망각의 역현상'이 등장하여 노인에는 그 특정한 시기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므로 나이가 든다고 무조건 옛날 일을 잊어버리는 게 아니다. 저자의 주장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장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것을 말한다. 마지막 장에 와서는, 어느새 책의 화두는 '향수(병)'으로 옮겨져 있다. 이 장은 향수병이 낳는 효과와 향수병의 원인들을 고찰한다. 특히 나이 든 사람의 향수병을. 나는 드라이스마가 '나이'와 '기억'을 '향수'와 '추억'과 절묘하게 연결시키는 솜씨에 감탄했다. 표지에 추억의 타자기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이 책의 주제가 단순히 1장에서 말한 것들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오히려 진정한 주제는 노스탤지어일지도 모르겠다. 

드라이스마, 기억과나이, 추억